與 “청문회 응하지 않겠다”
양곡법 등엔 거부권 촉구

국민의힘은 17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 의해 국회에서 일방 통과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재차 촉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8년 전 민주당 측 논리를 내세워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며 인사청문회 등 절차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등과 관련해 “이미 거부권 행사 건의를 했다”며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과거 전례도 있고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농업 4법’ 개정안은 우리나라의 시장경제 및 쌀 산업의 자생력을 해치고 국가 재산을 훼손할 수 있는 법률”이라며 재의요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6인 체제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심리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궐위 시에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대통령 직무 정지 시에는 임명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민주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민주주의의 훼손이라고 비판한 바가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헌법 제111조를 근거로 든 것이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은 대통령 추천 몫이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임 임명에 반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국회 추천 몫을 추천하는 현재와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공석 3인은 국회의 추천 몫으로, 국회에서 3인을 추천하면 대통령은 임명 절차만 진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든, 대법원장이든, 그 추천을 받아 헌법재판관에 임명하는 것은 대통령의 ‘형식적 임명권’으로 봐야 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형식적 임명권’을 행사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온 후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이 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용훈 대법원장이 추천했던 이정미 재판관 임기는 박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오고 3일 후 종료됐다. 황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어서 임명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