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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2025 예산배정계획 확정

내수부진·트럼프 2기 ‘내우외환’
비상계엄·탄핵심판 쇼크도 겹쳐
야당발 추경론에 갈수록 힘실려

정부가 내년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배정한다. 상반기 예산배정 비중을 75.0%까지 끌어올린 것은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3년 연속으로, 재정을 조기에 집행해 내수부진 심화 등 비상계엄과 탄핵 쇼크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달 중 발표되는 정부의 ‘2025년 경제정책방향’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 폭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야당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도 예산배정계획’을 1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고 밝혔다. 계획에 따르면 내년 전체 세출예산 574조8000억 원 가운데 431조1000억 원(75.0%)이 상반기에 배정된다. 세출예산은 기금을 제외한 정부의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한 예산이다. 정부는 서민 생계부담 완화와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 약자 지원,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과 첨단산업 육성 등 경제활력 확산을 위해 조속한 집행이 필요한 분야 조기 배정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예산의 신속 집행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세출예산의 75.0%를 상반기에 배정했다”며 “배정된 예산은 자금배정 절차 등을 거쳐 연초부터 적기에 집행이 이뤄지도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배정되는 예산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9년 처음으로 70%를 넘긴 이후 2020년 71.4%, 2022년 73.0% 등으로 확대됐고 2023~2025년 3년 연달아 75.0%까지 올라갔다. 정부가 내년에도 75.0%까지 비중을 높인 것은 내수부진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한국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이번 비상계엄·탄핵 사태로 최고조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정부가 연내 발표하기로 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6%, 내년 2.2%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내외 주요 예측기관들은 올해와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정부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일제히 낮춰 잡고 있다. 특히 내년의 경우 이번 사태를 전후로 △노무라 1.7% △골드만삭스 1.8% △한국은행 1.9% 등 잠재성장률(2.0%)을 밑도는 1%대 저성장 전망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꺼져가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추경론’도 힘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정부 들어 추경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보상을 위한 2022년 5월 편성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2년 연속 역대급 ‘세수펑크’를 맞은 정부는 아직까지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야당은 신속 추경 편성 요구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3월이든 6월이든 예산 조정 필요성이 있을 때 추경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며 논의 가능성은 일단 열어뒀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치·외교 공백과 외수·내수 부진에 정부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대까지 떨어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적절하다고 보진 않지만 추경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수진·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