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안건 인지 못한채 참가
김용현·신원식 등 극소수 공유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관련 긴급 담화를 발표하기 직전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계엄 안건을 속전속결로 의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덕수 총리를 비롯해 상당수 국무위원은 국무회의 참석 직전까지 계엄 안건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처리한 비상계엄령 안건은 참석 국무위원 중에서도 극소수만 공유되고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협의를 거친 후 윤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날 오전 한 총리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때만 하더라도 계엄령 사안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오전에 국무회의에 참석했을 때 계엄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고 했다.

상황은 이날 오후 늦게부터 윤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하기 직전까지 시시각각 급변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직전 김 국방부 장관 등 극소수의 참모진과 계엄령 논의를 확정 짓고, 직후 국무회의 의결을 위해 국무위원들을 긴급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회의 부의장인 한 총리마저도 계엄령 선포 안건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용산 대통령실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19명의 국무위원 중 상당수도 비슷한 상황이었다는 후문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령 안건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권한을 규정하면서 국무회의 심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명시하고 있다. 현재 국무회의는 의장인 대통령과 한 총리, 국무위원 등 21명으로 구성된다. 과반인 11명 이상의 위원들이 출석해 이 중 8명 이상(재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안건이 통과되는데 계엄 사안은 대통령에 선포 권한이 있어 찬반 의결은 무의미하다. 정부 관계자는 “안건을 처리할 최소한의 정족수만 참석시켜 처리한 것 같다”고 했다. 실제 국무회의 때마다 참석했던 감사원 사무총장, 법제처장 등도 모두 참석하지 않았고, 대통령실과 총리실 내 국무회의 담당 직원들은 국무회의가 소집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지 2시간 만에 국회가 해제 요구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이날 새벽 다시금 계엄령 해제 안건 의결을 위한 국무회의가 소집됐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