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미지 크게보기

■ 긴박했던 6시간 재구성

여야대표 계엄 20분만에 “위헌”
밤 11시4분 국회 출입문 폐쇄
새벽 0시7분 특수부대 경내진입

4시30분 국무회의 해제안 의결

윤석열 대통령이 심야 긴급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될 때까지 약 6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 핵심 참모진들도 배제한 채 기자단 출입을 막고 계엄령 선포를 일방 발표하면서 행정·입법·사법 등 국가 모든 영역이 혼란의 도가니에 빠진 날이었다.

4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8분 생중계 방식으로 심야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취재진에게도 사전 공지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전혀 예측할 수 없던 비상계엄 선포가 선언되자 여야 대표는 20여 분 만에 즉각 “위헌”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반국민적 계엄 선포”라고 비판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든 의원이 계엄령 해제 안건을 의결하기 위해 여의도로 집결했다. 그러나 이날 밤 11시 4분을 기점으로 국회 출입문 폐쇄가 전격 이뤄졌다. 소식을 듣고 몰려온 시민들은 물론 의원들까지 국회에 출입하지 못해 곳곳에서 충돌 상황이 벌어졌다. 이어 11시 25분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모든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를 공포했다. 군은 대대장급 이상 전 지휘관에게 비상대기 지시를 내렸다.

국회와 사법, 언론 등이 혼란의 도가니인 상황에서 군의 계엄 절차는 신속하게 이뤄졌다. 4일 0시 7분 군은 총기로 무장한 특수부대를 국회 경내로 진입시켰다. 본회의장에 100여 명이 넘는 여야 의원이 집결한 상황에서 0시 45분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며 긴장은 한층 고조됐다. 국회 당직자와 보좌진은 국회 본청 안팎에 각종 집기들을 쌓아 계엄군의 진입을 막았고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충돌 상황이 발생했다. 대치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개의한 지 11분 만인 오전 1시 재적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면서 해소됐다. 우 의장은 계엄 해제 소식을 공표하며 “국회 본청으로 들어온 군인들은 당장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안건을 ‘즉각’ 수용하지 않아 새벽 내내 긴장감은 여전했다. 상당수 시민들은 국회 밖에서, 국회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전원 대기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통과된 지 3시간 27분 만에 2차 긴급 담화를 통해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도 비상계엄에 투입된 병력이 원소속 부대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을 의결하며 상황은 종료됐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