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연말에도 한숨만… 내수침체로 연말 대목 분위기가 실종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한 상인이 먼 곳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윤성호 기자

■ 경기침체 직면한 한국경제

소매판매 10분기 연속 줄면서
통계 작성 이후 최장기간 기록
가구소득 작년보다 4% 늘어도
지출은 2% 증가… 심리 위축탓
전문가 “침체 길어질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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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내년과 2026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1.9%, 1.8%로 제시한 가운데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1%대를 지속하면서 저성장·저물가 시대에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올해 평균 9%대 증가율을 이어오며 경제를 견인했던 수출도 11월에는 증가율이 1%대로 쪼그라들며 내년 경제에 먹구름을 더하고 있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100.7(2020년=100)로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했다. 재화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지난 2022년 2분기(4∼6월·-0.2%)부터 꺾인 이후 10개 분기째 줄어들고 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다.

특히 올해 3분기 가계 소비에서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0만7000원으로 이 중 의류·신발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한 11만4000원에 불과했다. 소비지출에서 의류·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3.9%로, 분기별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2019년 이래 역대 최저치였다.

심지어 가계소득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525만5000원)은 1년 전보다 4.4% 늘었지만 가계지출(397만5000원)은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계소득은 5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보였으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가계소득 증가세는 9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가계지출에서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소비지출 증가세(3.5%)를 웃돌았다.

이같이 얼어붙은 소비 심리 속에 이날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 상승했다. 3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이다. 내년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잠재성장률 수치 2.0%를 밑도는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마저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0%를 밑도는 수준이 계속될 경우 저성장·저물가 국면으로의 리세션(Recession·경기침체) 경고등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나가던’ 수출도 주춤세가 뚜렷하다. 올해 1분기 수출 증가율은 8.0%였으나 2분기에는 10.1%, 3분기에는 10.4%까지 올랐다. 4분기 접어들면서 10월에 4.6%로 줄고 11월에는 1.4%로까지 떨어졌다. 수출 증가율은 12월의 밀어내기 수출로 반짝 반등할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역대 최고 수출액 달성’이란 목표치 달성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경제 상황에 관해 “분명히 저성장 침체”라며 “문제는 경기침체가 언제까지 계속되느냐인데 경기침체가 길어질 수도 있는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준희·전세원·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