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법원 간 이재명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에 출석 중 기자들이 질문을 하자 지지자들의 환호를 손으로 자제시키고 있다. 백동현 기자

■ 민주 수도권 후보들 우려 확산

재판출석 이재명 “尹 심판해야”
양문석 부동산 대출 언급 없어
양 후보 공천유지 가능성 커져
한동훈 “음주운전뒤 차 파는 꼴”
이낙연 “잘못 뭉개는게 체질 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경기 안산갑)의 ‘사기 대출’ 의혹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한 가운데, 당 최고위원회로부터 공천권을 위임받은 이재명 대표가 침묵을 이어가면서 양 후보에 대한 공천 유지 가능성이 커졌다. 격전지에 출마한 수도권 후보들은 물론 지도부 내에서도 중도층이 특히 민감하게 여기는 부동산 논란을 덮고 갈 경우 선거 막판 악재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2일 오전에도 양 후보 논란에 대한 별도의 언급을 피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재판을 받으러 가는 길에 진행한 개인 유튜브 방송에서 “검찰 독재 정권의 의도대로 재판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증거가 있든 없든 ‘한 번 죽어보라’는 게 윤석열 정부의 생각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보니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며 “국민이 엄정한 신상필벌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 심판론을 재차 부각하면서 당내 가장 뜨거운 이슈인 양 후보의 부동산 사기 대출에 대해선 입을 닫은 셈이다.

이 대표의 침묵으로 양 후보의 공천이 철회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국민의힘 후보와 박빙으로 겨루고 있는 수도권 후보들이 특히 여론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서울 용산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와 맞붙은 강태웅 민주당 후보는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에 (판세에) 영향을 안 준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당에서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조치의 필요성을 에둘러 촉구했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도부 일각에서도 위법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라며 “여당에 공세 빌미를 주면 안 된다는 취지이지만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전날 ‘이 대표가 양 후보에 대한 윤리감찰을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공지했으나 김지호 부대변인이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보도를 인용했다가 “사실이 아니라는 당 공식 입장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발언을 취소하는 등의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과 새로운미래 등은 이날도 양 후보 논란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충남 당진 유세에서 “양 후보가 사기 대출로 산 집을 팔겠다고 한다”며 “음주 운전하고 차를 팔면 용서가 되는 것이냐. 왜 사퇴를 안 시키나”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BBS 라디오에서 “웬만한 잘못은 뭉개고 지나가는 게 체질처럼 돼버렸다”고 직격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