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출발점’ 못박았지만
전격적 판단 기대 목소리 커져

의·정 갈등의 핵심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라며 ‘2000명 정책적 결정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을 2주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대화를 위해서는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으로 맹공을 펼치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 자체가 선거 쟁점이 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27일 대통령실 및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증원 규모 2000명에 대한 정책적 수정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 윤 대통령은 전날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재확인했고,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대학별 정원 배정 후속 조치를 5월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사실상 못 박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00명 부분은 현재 되돌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의료인들은 의료 개혁을 위한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연일 내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2000명은 대화 주제가 아니다”라는 설명을 하긴 하지만, ‘2000명 증원 철회’를 대화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의료계에 지속적으로 대화·소통 노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대화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고심의 방증”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일단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여당은 대통령실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울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의대 2000명 증원’ 정부안과 관련해 타협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화를 하면서 의제를 제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전격적인 ‘정무적 판단’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00명 문제를 대화 테이블에 올리는 것 자체는 윤 대통령이나 여당에 ‘악재’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여권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여론에 귀를 열고 소통에 나서 정책 조정을 이룬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만약 2000명에서 숫자가 조정되면, ‘2000명을 관철하지 못했다’가 아니라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정원 조정에 성공했다’는 여론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내년도 예산을 ‘의료 개혁 5대 재정사업’을 중심으로 편성하겠다”며 “필수 의료 특별회계를 신설, 안정적인 재정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