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증원 규탄” 강경한 의료계 2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로비에서 한 직원이 정부의 의대 증원을 규탄하는 홍보물을 붙이고 있다. 문호남 기자

■ 정치권 갈등해법 모색

정부 대화 의지에도 진전 없어
의료계 단체별 주장도 ‘제각각’
한동훈 “모든 의제 배제 말아야”

정부 “책임있는 대표단 구성해
전공의, 대화의 자리로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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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개혁 과제 논의를 위한 의료계와의 ‘건설적 협의체 구성’을 거듭 제안했지만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 규모를 대화 의제로 설정하는 문제를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의·정 대화 마련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의료계 간담회에는 집단행동을 주도하고 있는 전공의와 교수들은 참여하지도 않았다. 정부의 대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강경 기조인 의료계가 ‘2000명 증원 백지화’로 배수진을 치고, 정부는 증원 규모는 의제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 테이블조차 구성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대통령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까지 내세우는 신임 의협 회장까지 가세하면서 협상 국면 전환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주시고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시기 바란다”며 “정부는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의료계 의견과 제안을 경청하면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증원 방침도 재차 강조했다. 이 장관은 “27년 만의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 정상화를 시작하는 필요조건”이라며 “의대 정원을 늘려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를 늦게라도 확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연일 대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의·정 갈등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과 전공의들이 ‘2000명 증원 철회’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이상 정부와의 협의체 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의대 교수, 개원의, 전공의들이 이해관계가 달라 제각각 주장을 펼치는 것도 의·정 협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꽉 막힌 의·정 대화가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의료계가 대화의 전제 조건을 내걸지 않고, 정치권이 적극 중재에 나서야 가능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양측 중재 역할을 자임하며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는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을 강하게 원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정책 방향에도 동의한다”며 “어떤 의제는 배제한다고 하면 대화가 진행되기 어렵다. 대화를 통해 좋은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한 채 의협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2020년 의대 증원 총파업 당시 정부와 의협의 최종협상에서 전공의들이 배제당한 전례가 있어서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에게 “책임 있는 대표단을 구성해 대화의 자리로 나와주길 바란다”며 “대표단 구성은 법 위반에 해당하는 집단행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주 내로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 모두 집단 사직에 동참할 가능성도 커졌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가 현장 교수들에게 ‘주52시간 근무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면서 수술·진료 축소는 현실화되고 있다. ‘빅5 병원’ 소속 한 교수는 “평소에 수술과 시술을 포함해 한 주에 10개 했다면, 이를 3개 정도로 줄여야 주 52시간에 근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도경·노지운·조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