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계의 통합 강조 움직임에
‘문명 충돌 불가피’ 뜻 내비쳐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26일 “통합을 내세워 혁신의 발목을 잡을 때는 과감하게 혁신을 살려야 한다”면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친문(친문재인)계를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친문계를 중심으로 총선 공천과 관련해 통합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이어지자 ‘문명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전 장관은 이날 SNS에 “선거 때마다 화합과 통합을 명분으로 개혁에 매진한 사람들을 외면한다”며 “지난 대선이 그랬고 총선을 앞두고도 비슷한 상황으로 답답한 현실”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이어 “선거를 앞두고 혁신과 통합은 물론 다 중요하다. 그러나 통합도 혁신을 받쳐 줄 때 중요한 것이지 통합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며 “혁신을 위해 통합된 힘이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추 전 장관의 글이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임 전 실장을 포함한 친문계 인사들을 저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명계는 임 전 실장이 성동구에서 두 차례 의원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 탄생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공천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의 출마 후보지로는 중·성동갑이나 용산, 동작을, 송파갑 등이 거론된다. 임 전 실장을 공천에서 배제하면 친문계의 거센 반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추 전 장관이 문명 충돌의 불가피함을 강조하면서 당내 갈등이 갈수록 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대영 기자 bigze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