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주택 수가 10년 2개월 만의 최대치인 7만5359호로 집계됐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은 분양가 3억 원대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들어설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3단지 사업 예정지 모습. 연합뉴스

■ 부동산 대책 약발 안 먹히나

시장 “집값 여전히 비싸다” 인식
건설사는 분양·착공 일정 미뤄
정부 주택 공급도 차질 불가피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높아
부동산 ‘경착륙 우려’ 시그널

부동산 경착륙을 우려할 만한 여러 시그널이 여전히 강하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바닥을 찍었다고 말하기엔 아직 성급하다는 의미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으로 미분양 증가세가 한풀 꺾이고 서울지역 아파트 급매물이 해소되는 모습은 제한적으로 나타날 뿐이다. 고물가·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등 주변 여건들이 부동산 시장을 상당 기간 짓누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적되는 미분양 주택으로 인해 건설사들은 분양·착공 일정도 미루고 있어 정부가 계획한 주택공급도 차질이 우려된다.

이미지 크게보기

국토교통부가 28일 공개한 2023년 1월 주택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359호로 전월(6만8148호)보다 7211호(10.6%) 늘었다. 기준금리 인상 및 부동산 경기침체에 기인하는데, 지난해 11∼12월 사이 매월 1만 호씩 늘던 추세는 다소 둔화됐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7546호로 전월보다 0.4%(28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택 경기 침체의 대표적 지표인 미분양 증가 속도가 둔화된 점은 다행스럽지만 규모 자체가 지난 2012년 11월 이후 최대치라는 점이 부담스럽다.

거래절벽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만 지난해 11월 최저치(761건)를 찍은 뒤 12월(1001건)에 이어 지난달도 1161건으로 소폭 늘었다. 이를 제외하곤 여전히 거래량 자체도 감소 추세다. 1월 전국의 주택 매매량이 2만5761건으로 전년 대비 38.2%, 수도권은 1만299건으로 36.5% 줄었다. 여전히 집값이 비싸다는 인식과 함께 추가 하락 기대가 존재해 금리 인상 시기에 누구도 선뜻 주택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시장도 급매물 해소 이후에는 매매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부동산시장의 침체 영향으로 신규 주택 공급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월 공동주택 분양실적은 전국 1852호로 전년 동기(1만9847호) 대비 90.7%나 감소했다. 지난달 설 연휴 및 계절적 영향에 따른 것이란 게 정부 측의 설명이지만 주택 시세 하락으로 인해 건설사들이 계획된 분양일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1월 주택 인허가실적도 전국 2만1425호로 전년 동기(3만9614호) 대비 45.9% 감소했다. 건설사들은 일찌감치 정부에 민간 아파트 미분양분을 공공임대용으로 매입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시기상조’란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증가 속도가 빠르지 않고 현재 아파트 미분양은 고분양가로 인한 측면도 있어 건설사의 가격 할인 등 자구 노력으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일시적인 마찰성 미분양으로 정부가 개입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