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손흥민이 6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마치고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손흥민 희생 · 헌신의 리더십

안와골절에도 4경기 ‘풀타임’
크고 작은 부상 안은 선수들
원팀으로 똘똘 뭉치게 만들어
함께 울고 웃으며 ‘16강 쾌거’

도하 =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희생과 헌신을 앞세운 리더십으로 박수를 받았다.

한국의 2022 카타르월드컵 여정이 마무리됐다. 한국은 6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브라질에 1-4로 패배했다. 선수들은 완패 탓에 고개를 숙였으나 한국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박수를 보냈다. 한국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일궜다.

주장 손흥민은 희생과 헌신으로 대표팀을 ‘원 팀’으로 만들었다. 손흥민의 마스크 투혼이 일례다. 손흥민은 지난달 2일 경기 중 안면 충돌로 왼쪽 안와골절 진단을 받았다. 카타르월드컵 출전은 도저히 어려워 보였으나 포기하지 않고 이틀 만에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16일 카타르 도하에서 대표팀에 합류, 당일부터 안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훈련을 소화했다. 인터뷰에 나온 그는 “팬들이 보기에 무리일 수도 있지만 축구 선수들은 항상 어느 정도 위험을 갖고 경기한다. 어디까지 감수할지는 내 몫”이라며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즐거움과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그 정도 리스크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감동과 믿음을 줬다.

안와골절은 최소 3∼4주 이상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손흥민은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리고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1차전(11월 24일) 출장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도 출전을 강행했다. 작은 충돌로도 수술 부위가 더 크게 다칠 수도 있었지만 손흥민은 헤딩까지 시도했다. 특히 16강행을 확정한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선 막판 마스크를 벗고 뛰어 눈길을 끌었다.

손흥민의 부상 투혼은 선후배들을 모두 감동하게 했다. 다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손흥민의 헌신과 희생은 대표팀 전체로 퍼졌고, 모두 몸을 아끼지 않고 뛰었다. 크고 작은 부상이 있었으나 개의치 않았다. 종아리 근육을 다친 김민재(SSC 나폴리)도,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이 좋지 않은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손흥민은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월드컵에선 조별리그 탈락의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으나 이번엔 달랐다. 손흥민은 가나와의 2차전에서 경기를 지배하고도 2-3으로 패하자 선배이자 브라질월드컵 당시 주장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의 품에 안겨 흐느꼈으나, 16강행 확정 후엔 웃음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보였다. 손흥민은 “주장인 제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는데 선수들이 커버해줘서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며 “러시아월드컵 때도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는데 이번엔 결과까지 얻게 돼서 너무 기쁘고,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말로 희생의 리더십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