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병’ 치유한 대처총리처럼
尹정부 ‘법치 원칙’ 시험대에

정부가 화물연대 총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강경카드를 내놓은 데는 일부 강성귀족노조의 임금인상·복지확대 요구 및 불법파업이 경제적 피해 확산 및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이른바 ‘한국병’이라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가 깔린 것으로 평가된다.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서 “경제는 한 번 멈추면 돌이키기 어렵고 다시 궤도에 올리는 데는 많은 희생과 비용이 따른다”며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노조의 임금인상·복지확대·불법파업→기업실적·국가재정악화→국가경쟁력 추락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법과 원칙’이라는 새 정부 원칙을 실현하는 시험대로 이번 사안을 삼겠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1970년대 영국이 강성 노조에 끌려다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났던 전례가 한국에서 되풀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실제로 최근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로 한국 경제는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회원국 평균(2.8%)보다 낮은 2.7%로 제시했으며, 내년 성장률은 1.8%로 하향조정한 상태다. 강성 노조의 파업에 끌려다닐 경우 한국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하락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탄광 노조 파업에 대한 강경대응 등 노동개혁으로 영국병을 수술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조는 불법 행위를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을 이번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예전처럼 귀족노조 역성만 들어준다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등 강경 대응에 여론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보인다. 파업 참여율이 전날 기준 35%로 내부 동력도 잃어가는 모습인 데다, 미참여자에 대한 일부 노조원의 운송방해 등 폭력을 보는 여론이 차갑기 때문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노조도 국민인데, 국가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며 “국가 위기를 무시하는 행동에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종민·김성훈·최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