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멈춰선 경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는 가운데 뒤로 시멘트 업체들이 보이고 있다. 박윤슬 기자

■ 尹대통령 “불법과 타협없다”

산업계 회생불능 피해 우려
18년만에 ‘초유의 카드’ 꺼내

일부 고소득 귀족노조 파업에
저임금근로자 생계위협 판단도

尹, 민노총 쇠구슬 공격에 격노
“불법파업 악순환 끊겠다”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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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29일 사상 첫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에는 민주노총의 파업투쟁에 따른 물류마비로 한국 경제가 회생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노사 법치주의의 확립”과 “불법파업 타협불가” 원칙을 강조해 노동계의 반복되는 생떼성 파업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취임 초 표명했던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도 노동 부분을 시작으로 앞으로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시멘트, 철강 등 물류 중단으로 전국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추면서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는 한 번 멈추면 돌이키기 어렵고 다시 궤도에 올리는 데는 많은 희생과 비용이 따른다”며 “경제 위기 앞에 정부와 국민, 노사의 마음이 다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노동계 반발과 혼란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대수가 적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만 명령 대상으로 삼았다. BCT 차량은 레미콘 공장과 건설현장에 주는 피해는 막대한 반면, 전체 화물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5%(3000여 대)에 불과하다. 정부는 정유사에서 기름을 주유소로 실어나르는 오일 탱크로리, 철강 운송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 발동 여부를 더 지켜보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소속 운송 거부자들의 ‘쇠구슬’ 공격 소식을 접하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연대가 총파업 화력을 높이기 위해 가한 폭력 행위에 “절대 용납해선 안 된다”고도 언급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도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거부에 동참하지 않은 동료에게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불법 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며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확대가 일부 고소득 화물기사들의 수입을 올려줄 뿐, 운송사와 화주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쇄적으로 상품 가격이 올라 국민의 피해도 커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연대 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 산하의 철도, 지하철 노조들은 산업 현장의 약자들, 절대 다수의 임금 근로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 여건을 갖고 있다. 민주노총 파업은 정당성이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한 발언도 이러한 맥락이다. 실제 화물연대 소속 일부 기사들의 월평균 순수입이 500만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의 ‘생존권 투쟁’이라는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기준 보수액 및 평균임금 산정을 위한 소득수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운전 화물기사 월평균 순소득은 528만 원, 곡물 운반 화물기사는 525만 원에 달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유통 배송기사’는 340만 원이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조직화되지 못한 근로 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을 더욱 잘 챙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바꾸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