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검찰, ‘8억’ 사용처 집중수사

김용 이재명 캠프 자금조달 업무
영장에 ‘경선자금 요구’ 명시

이재명, 친문 이낙연에 비해
대선경선때 의원 지지 약해
야당 의원까지 수사확대 가능성

제20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자금 8억4700만 원이 지난해 주로 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사용된 것에 무게를 두고 사용처 규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당시 이 후보가 민주당 내부에서 입지가 탄탄하지 못했던 만큼, 해당 자금이 당내 지지세력 확보를 위해 사용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용처 규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가 청구한 구속영장엔 ‘김 부원장이 지난해 2월쯤 이재명 당시 대선 예비 후보의 경선 자금으로 20억 원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진술 내용이 중요하게 담겼다고 한다. 김 부원장이 천화동인 4호 소유자인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건네받은 돈 8억4700만 원이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당내 의원 지지세력 결집 등에 주로 쓰였을 가능성에 검찰이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또 영장엔 이 후보의 이름이 수차례 등장하고, 김 부원장이 당시 캠프에서 대선 자금 조달 업무를 맡았다는 부분도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주당은 김 부원장은 경선 캠프에서 대선 자금 조달 업무를 맡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당시 경기·성남지역에서 주로 활동해왔던 이 후보는 ‘친문재인’으로 분류되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비해 당내 지지기반이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 전까지 상당한 금액의 별도 정치자금이 필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민간사업자로부터 받은 불법 정치자금을 사용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8억 자금이 주로 경선 과정에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김 부원장은 지난해 4~8월까지 4차례에 걸쳐 수수한 8억4700만 원 중 1억 원을 그해 9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터지자 유 전 본부장에게 돌려줬고, 이후엔 추가로 돈이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 전 본부장도 1억 원을 따로 챙겨 실제 수수한 돈은 6억 원 정도였다.

최근 수사팀은 이 같은 자금 전달 경로를 입증할 남 변호사 측 이모 씨가 작성한 메모 내역 등 물적 증거와 함께 유 전 본부장·남 변호사로부터 구체적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수사팀은 지난해 대선 경선 외에도 2014년 성남시장 선거,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서도 김 부원장 측으로 돈이 건너갔다는 진술·정황을 확보해 수사에 나섰다.

앞으로 수사는 김 부원장이 수수한 8억4700만 원의 사용처를 규명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해당 금액이 이 후보의 당내 지지세력 확보에 쓰였다면, 야당 의원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등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수사팀이 김 부원장을 전격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엔 김 부원장 측에서 유 전 본부장을 회유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김 부원장 측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관련한 유 전 본부장을 회유하려고 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유 전 본부장은 변호인 입회 없이 수사에 응하는 등 기존 변호인에게 반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염유섭·김규태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