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러에 경고성 입장 전달”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미국의 계속된 대러 제재 동참 압박 속에 정부가 24일 “러시아가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대러 수출 통제 등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며 조건부 참여 입장을 내놨다. 당초 정부는 “독자 대러 제재는 어렵다”며 유보적 입장을 이어왔지만 미국 등의 요청이 계속되자 입장을 일부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대러 제재 동참은 물론 유럽연합(EU)에 대한 LNG 공급 지원 요청 등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제반 상황에 비춰볼 때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가 어떤 형태로든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에 한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정부가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당초 정부는 대러 제재에 부정적 입장을 표시해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주재 특파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상당히 고위급 라인에서 러시아에 경고성 입장을 전달했다”면서도 “(독자 대러 제재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계속된 동참 압박에 정부도 가능성을 열어두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다른 동맹·파트너 국가에 비해 다소 미온적인 문재인 정부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왔다. 이날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이 한국의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지지 성명을 거론하며 “이는 분명 국제사회 전체의 주목을 받은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결국은 미국이 한국의 미온적 입장을 지적하며 동참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됐다.

한편,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잔류 교민들에게 만일의 사태 발생 시 안전지역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라고 긴급 공지했다. 대사관은 “현재의 긴박한 정세 변화를 고려해 아직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교민들은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히 안전지역 또는 안전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둘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