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업체 맥사, 촬영 사진 공개
美 “러시아 병력 80% 전투태세”
사이버공격에 우크라 정부 마비
美·EU 연일 추가제재 ‘러 압박’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러시아가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군 지원 요청을 받은 가운데, 국경지대 병력 80%가 전투태세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는 민간항공기 비행금지 통지까지 발령하면서 군사적 개입을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 이에 미국과 유럽은 이날 러시아의 최대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등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하면서 “러시아가 오늘 밤 안에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러시아가 일단 반군 지역에 공식 진입하면, 이를 ‘침공’으로 규정한 미국·유럽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러시아가 반군 점령지를 넘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전체를 점령 시도하거나 수도 키예프로 직행하면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신들에 따르면 돈바스 지역을 장악한 친러 분리주의세력이 이날 러시아에 우크라이나군 격퇴를 요청한 가운데, 현재 우크라이나 국경에 집결한 러시아군 병력 80%가 전투태세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에 모인 러시아군·친러 분리주의 병력 규모가 19만 명에 달한다”면서 “국경에서 3∼30마일(4.8∼48.2㎞) 이내에 침공을 위한 병력이 모두 배치됐다”고 밝혔다. 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이날 촬영·공개한 사진에서도 러시아 군병력과 장갑차, 야포, 수송·지원차량 대다수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6㎞ 떨어진 거리에서 포착됐다. 이에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반군 지역 진입과 함께 북동부 도시 하르키프를 먼저 공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러시아로서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NR)·루간스크인민공화국(LNR) 등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이날 러시아에 우크라이나군 침략 격퇴 지원을 공식 요청해온 만큼, 우크라이나 진입 명분은 이미 확보한 상태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부처·금융기관 등의 전산망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이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최대 복무기간 1년으로 18∼60세에 대한 예비군소집령도 발효했다. 이번 조치로 우크라이나군에 합류하는 예비군 규모는 3만6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크라이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도 요구해 이날 밤 회의가 개최됐다. 미국·유럽 역시 추가 제재를 발표하면서 러시아를 압박했다. 전날 러시아 은행 및 국채거래 제재에 이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독일·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주관사 및 해당 기업 임원에 대한 제재를 지시했다. 사실상 이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한 러시아 최대 국영 가스업체 가스프롬을 겨냥한 조치다.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대표하는 EU 이사회도 이날 쇼이구 국방장관을 비롯해 하원의원 351명 등 500명이 넘는 러시아 정·관·군 인사와 관련 단체에 대한 제재를 채택하고 러시아 정부·중앙은행의 자금조달을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