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관계자 두차례 워싱턴 방문
美는 평양 獨대사관 자리 검토

미·북이 연락사무소 상호 설치를 위해 워싱턴과 평양에서 각각 부지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1990년대 베트남과 적대 관계 해소 이후 연락사무소를 통해 기업 진출 등을 도운 만큼 미·북 간 연락사무소가 이른 시기 개설되면 관계 개선의 조치를 넘어 북한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북은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의 하나로 상호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기로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외교·안보라인은 워싱턴과 평양에서 구체적 장소 선정 작업까지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조야 인사들을 만나고 돌아온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미·북 간 연락사무소 장소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며 “북측이 두 차례 워싱턴에 와서 연락사무소 자리를 물색했고, 미국은 평양에 있는 독일 대사관 자리를 연락사무소로 쓰겠다고 북한에 제의해놓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미국은 워싱턴 북한 연락사무소 개설에 맞춰 25마일(약 40㎞) 이내로 제한된 미국 내 북한 외교관들의 활동 반경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연락사무소는 미·북 관계 개선은 물론 체제 안전 보장과 대북제재 완화를 포함한 경제지원 등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외교관이 평양에 상주하는 경우 군사적 대응 논의는 그 이전과 달라진다. 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전력, 건설 자재 등을 북한에 직접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은 독자 제재를 일부 면제해야 한다. 앞서 미국은 1991년 베트남과 관계 회복 뒤 뉴욕 주재 베트남 외교관의 25마일 활동 반경 철폐, 미국 고위 대표단의 하노이 방문에 이어 1995년 베트남 연락사무소를 개설했다. 이때 무역·금융·통상 부문의 금수조치가 전면 해제되고 연락사무소는 기업 진출을 돕는 역할도 수행했다. 따라서 북한에 상주하는 연락사무소도 이에 준하는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북은 1994년에도 제네바 합의를 통해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고 명문화한 바 있지만,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등으로 무산됐다.

유민환·김윤희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