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트럼프, 하노이로 출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마련된 전용기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향하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김정은 합의문 전망

北 특정지역 핵시설 명문화
적시된 곳부터 사찰 - 폐기

연락사무소 등 北 체제보장
美 상응조치 내용 포함될듯

“향후 최종적 비핵화 로드맵
합의문 미포함땐 비판 직면”

2차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영변 등 폐기 및 사찰 대상 핵시설이 있는 지역명을 명시하고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 및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합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발시키는 등 독자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미·북 간에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입장을 고수해 오던 미국이 단계적 해법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이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번 합의는 당초 미국 측 주장에 못 미치는 ‘스몰 딜’에 그친 만큼 향후 최종적인 비핵화의 로드맵이나 시간표가 제시되지 않을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의회의 비판 여론에 직면하거나 의회가 비핵화 협상에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6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영변 핵단지 같은 구체적인 핵 관련 시설에 대해 사찰·검증과 같은 명확한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담아내도록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 결과물인 ‘싱가포르 공동선언’은 비핵화 조치에 대해 “북한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할 것을 확약했다”는 내용만 담고 있어 추상적 합의라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언급돼야 1차 회담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또 미국 측은 단계적 해법을 취하면서 핵 리스트 신고·검증 같은 비핵화 조치의 핵심 사안들을 뒤로 미룬 대신, 비핵화 조치가 합의된 핵시설에 대해서는 확실한 사찰과 검증을 해 나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합의된 핵시설에 대한 비핵화 조치가 향후 추가적인 시설에 대한 비핵화 조치 수위의 ‘전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미국이 단계적 해법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여러 차례의 스몰 딜을 거쳐 완전한 비핵화에 이른다는 방침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이번 합의에서 비핵화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그 시간표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으면 결국 비핵화에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단계적 해법으로 가더라도 비핵화에 대한 개념과 최종 종착역을 확실히 해둬야 그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일부 시설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도 의미를 지닐 수 있다”며 “과거 북핵 관련 합의들도 종착역을 제시하지 못해 실패했다”고 말했다. 또 우정엽 세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종국 상태에 대한 포괄적 합의 없이 스몰 딜에 매달리게 되면, 하나의 스몰 딜에서 다른 스몰 딜로 이행하는 것이 전적으로 북한의 자의에 달리게 된다”며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합의 내용의 규모에 따른 것이 아니라, 과연 북핵 폐기를 촉진하는 ‘좋은 딜’이 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북한의 핵 포기 동기를 약화시키는 ‘나쁜 딜’인지로 평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노이=박준희·김병채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