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시리아·수단과 함께 낙인
실질적 효과보다 이미지 추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김정은 정권이 ‘불량국가’라는 낙인을 찍어 고립을 가속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에 의해 자금세탁 우려국, 종교자유 특별우려국 등으로 지정된 바 있는 북한은 이번 조치로 ‘불명예 3관왕’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20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미 국무부는 테러 확산을 막는 차원에서 1978년부터 테러활동에 연루되거나 테러단체를 지원한 국가들을 지정해 각종 압박을 가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무기수출통제법·수출관리법·국제금융기관법·대외원조법·적성국교역법 등 미국의 5개 법률에 근거해 4종류의 주요 제재를 받게 된다. 해당 국가에 대한 무기 관련 수출과 판매가 금지되고, 민간 물자이면서 동시에 군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이중용도(dual-use)’ 품목의 수출도 제한된다.

그러나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비롯해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의 독자 제재에 포위된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과 그에 따른 제재로 인해 받을 영향보다 국제적 국가 이미지 추락이라는 상징적 악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테러지원국 지정이란 조치 자체가 미국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테러지원국 지정 요건으로 테러조직에 대한 해당국의 기획·훈련·수송·물자 지원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대통령의 결심만 있으면 언제든 특정 국가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리거나 삭제할 수 있다. 조지프 디토머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테러지원국 지정 기준과 관련해 “정치적·외교적 문맥이 지정 문제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외에도 이미 자금세탁 우려국, 종교자유 특별우려국 등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6월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같은 해 11월 이를 공식 발효했다. 또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발표한 ‘2016 국제종교자유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을 16년째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박준희·김유진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