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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속셈’ 전문가 분석

“명백한 증거 요구하며 부인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일 것”

북한 정권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 암살 사건을 대한민국의 음모로 몰아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은 애초 정해진 각본에 따라 이번 사건을 영구 미제로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앞으로도 명백한 증거를 요구하며 끝까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북한이 이번 범행을 오리무중의 영구 미제 사건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실제로 김정은 정권에서는 이미 북한으로 입국한 암살사건 용의자들을 절대로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도 “북한의 전형적인 오리발 전략으로서 이번 범행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각본이 그렇게(오리발 전략으로) 짜여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이 책임을 인정할 경우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되는 등 국제사회에서의 불이익이 너무 크다”면서 “결국 물타기를 통해 국제적 의혹 사건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적인 움직임”이라고 규정했다. ‘핵심 용의자 도주→범행 부인→국제 의혹사건’이라는 잘 만든 시나리오대로 북한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지난 20일 현지 북한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북한이 암살 배후라는) 증거는 있느냐”며 북한과의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남한이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으며 남한의 보수 정권이 현 정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건을 조작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말레이시아와의 외교 갈등도 이미 감내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주범들이 북한으로 도망간 상황에서 북한과 말레이시아 간 정면 대결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북한이 이미 말레이시아와의 국교 단절을 각오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김정남 시신을 인도받은 뒤 말레이시아의 부검 결과를 전면 부정하고 북한과 유럽의 친북 성향 법의학자를 따로 불러 자체 부검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때 북한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사과를 요구한 뒤 먼저 국교 단절을 선언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이 김정남 암살 공작원들의 북한 복귀에 맞춰 평양에서 헬기를 띄워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함경북도 청진으로 보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암살 공작원들을 평양으로 신속하게 데려오기 위해 헬기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남 암살이 김정은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지시)였던 만큼 암살 공작원들은 김정은의 지시를 성공적으로 이행한 ‘공화국 영웅’”이라며 “암살자들은 비밀리에 영웅 대접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입국한 암살 공작원들을 ‘공화국 영웅’ 대접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만용·박정경·인지현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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