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 보도 피하고 사실 위주로
탈북단체, 내달 대북전단 살포

“김정일의 장남이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지난 13일 신원미상의 여성 2명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숨졌습니다.”

군 당국은 최전방 휴전선 155마일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김정남 피살사건 보도를 지난 21일부터 시작했다고 22일 밝혔다.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김정남이 김정은의 이복형이란 사실과 피살 사실이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군 당국의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김정은에 의한 독살설이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암살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음에도 확성기 방송은 “김정은이 독살을 지시했다”는 식의 단정적 보도는 역작용을 우려해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군의 평가나 분석 내용보다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지난 19일 발표한 중간 수사결과와 외신보도를 인용해 객관적 사실 위주로 보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이 군사작전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심리전으로, 김정남을 살해한 북한의 잔학성을 군 정신교육에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국방위에 제출한 보고자료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이복형 김정남까지 살해한 김정은의 반인륜적 잔학성에 대해 군 정신교육 소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김정남 암살의 가해자로 김정은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탈북 단체들도 김정남 암살 소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 나갈 예정이다. 남풍이 부는 3월 중순을 목표로 김정남 독살 사건을 다룬 대북 전단 약 20만 장을 살포한다는 구상이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22일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반인륜적 범죄행위를 알리기 위해 김정남 피살 사건을 다룬 방송 보도 등이 담긴 DVD와 USB 등을 북한으로 날려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