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상동향’北 문건 입수
김정은, 숙청자료 활용한 듯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인 지난 2012년 군 간부 전원에 대해 얼굴 표정까지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사찰한 사실이 북한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22일 북한 민주화운동 단체인 ‘조선개혁개방위원회’가 입수한 김정일 사망 관련 북한 내부 문건인 ‘3군단 남포교도사단 개인사상동향’ 자료에 따르면 림종환 3군단 사령부 정치위원이 김정일 애도 기간에 사단장에서부터 소대장까지 모든 군 간부를 사찰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 문건 작성 시기는 2012년 2월로 지난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의 사망 직후인 19일부터 군 인사 하나하나에 대해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구체적으로 사찰을 진행했다.

기록에 따르면 사단장 강영모는 “12월 19일 12시 군부대 군인회관에서 지휘부 군관, 군인, 종업원들과 함께 특별방송을 청취하고 사무실에 내려와 눈물을 흘리면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직부장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목놓아 울면서 뜻밖의 대(大)국상을 당하고 보니 죄책감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포병연대 보위부장 강명선은 “12월 19일 12시 군관, 군인들과 함께 TV로 중대보도를 시청하고 밖에 나와 먼 하늘을 바라보며 오래(오랫)동안 울었다”고 적혀 있다. 북한은 김정일 사망 직후 수백 명에 달하는 군 간부들에 대해 포괄적이고도 광범위한 사찰을 단행한 뒤 이를 군에 대한 숙청 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6월에 작성된 ‘정치 일군(일꾼)들 속에서 혁명화를 더욱 다그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학습제강(학습자료)에는 “위대한 장군님을 뜻밖에 잃고 보낸 지난 한 해 동안에만 하여도 우리 인민군대 안에서 리영호(전 군 총참모부 총참모장), 김철(전 인민무력부 부부장 겸 군 상장), 전정갑(전 서해함대 사령부 제1전대장) 놈과 같은 반당·반혁명 분자들이 나타났다”고 적시돼 있다. 이들 3명은 모두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 고위급 인사들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사망 직후 약 일주일 동안 거의 전 군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치밀한 사찰이 진행됐다”면서 “이를 토대로 야전군 전반에 대한 숙청이 진행됐을 개연성이 짙다”고 설명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