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말레이 대사 본국 소환 모하멧 니잔 모하맛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가 북한의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항의로 귀임령을 받고 21일 평양을 떠나 중국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축구·마라톤 등 개최변경 요구
中 관광상품 취소 등 감소 전망

北, 아시아서 외교 고립 가속화
불안감 커져 외화벌이에 악영향

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나고 있는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동남아시아에서 북한이 외교고립은 물론 비정부·비정치 영역의 교류 축소 등 후폭풍에 직면할 전망이다. 김정은의 자금줄 하나로 꼽혔던 스포츠 행사 및 관광객 모집을 통한 외화벌이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축구연맹(FAM)은 다음 달 28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한과의 차기 남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전 경기 장소를 제3국으로 변경해 달라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측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 외교부는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북한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하고 방북한 말레이시아 선수들의 신변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당국이 개최지 변경을 적극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 평양에서 오는 4월 3∼11일 열리는 2018 여자축구 아시안컵 B조 예선경기와 4월 9일 국제마라톤, 9월 제20차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스포츠 행사 개최 일정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방문에 대해 불안감이 고조될 경우 또다시 개최지 변경에 대한 요구가 나오거나 방문 규모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대외 이미지 개선과 관광 수입 증대를 꾀했던 북한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외화벌이 차원에서 자국 운동선수와 감독 등 스포츠 인력을 해외에 파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인력 요청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북한 관광상품 취소 등으로 북한의 관광업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단둥(丹東)과 선양(瀋陽)의 북한 관광 여행업체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이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김정남 암살 등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관련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한편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은 북한이 김정남 암살 사건의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북·중 접경지역 주민에게 김정남 사건 관련 함구령을 내렸다고 22일 보도했다. 신문은 대북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단둥에서 활동하는 무역회사 주재원이나 식당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외부인들에게 김정남 사건 관련 질문을 받아도 “김정남이란 사람을 모른다”라고 답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내부로 김정남 암살 소식의 유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중국 해외거주 북한 기업 주재원 등의 휴대전화 메시지 등을 통해 관련 뉴스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