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TPP탈퇴 선언 파장

NAFTA 재협상 이어 ‘강공’
매케인 “탈퇴 심각한 실수”
샌더스 “TPP 사라져 기뻐”

트럼프, 기업 CEO들과 만나
“美에 머물면 규제철폐·감세
외국서 만들면 고율 국경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 이후 연일 ‘일자리 창출’ 행보에 나서고 있다. 다자무역협정에 대해선 재협상이나 탈퇴를 선언하는 한편, 기업에는 세제감면·규제철폐를 언급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규 투자를 압박하고, 노조에는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약속하는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미국산을 구입하라, 미국인을 고용하라(Buy American, Hire American)”는 문구를 취임 초기부터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4일째를 맞은 23일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조찬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미국에 머무는 것”이라면서 공장의 해외 이전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남는 기업에는 “이득이 있을 것이며, 미국에서 공장을 짓고자 한다면 신속한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규제를 75% 이상 철폐할 수 있으며, 기업들에 세금을 엄청나게 줄여줄 것”이라면서 세제감면·규제철폐를 유인책으로 제시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이 외국에서 만들어 들여오는 제품에는 막대한 국경세를 부과하겠다”면서 공약 사항인 최대 35%에 달하는 고(高)관세 시행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조찬 모임에는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에서부터 제조업체 다우케미컬·월풀, 의류업체 언더아머까지 12개 기업 대표가 참석했다. 트럼프는 24일에도 제너럴모터스(GM)·포드·피아트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체 3사 대표와도 면담을 갖고 ‘일자리 창출’을 강하게 요구할 예정이라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밝혔다.

또 트럼프는 전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선언에 이어 이날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반(反)자유무역 공약도 현실화했다. 이는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간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및 탈퇴를 통해 미국에 일자리를 다시 찾아오겠다는 논리에 따른 선택이다.

트럼프의 TPP 탈퇴 선언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 그리고 미국 노조에서는 서로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TPP 탈퇴는 심각한 실수로, 중국이 경제 규칙을 만들 수 있는 빌미를 줄 뿐 아니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는 나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은 이날 “TPP가 사라지게 돼 기쁘다”고 밝혔고,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한 건설·철강 노조 관계자들도 환영을 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훌륭한 면담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에서 일자리 창출 계획을 설명하면서 노조가 반대해온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