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기자실에 스카이프… 주류 언론과의 전쟁

“워싱턴에 없는 언론과 직접 소통”
스파이서 “절대 거짓말 안할 것”
취임식 최대 인파 주장은 고집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 인터넷 영상통화인 ‘스카이프’를 백악관 기자실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보다 다양한 언론이 백악관을 취재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라는데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성 언론들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첫 공식 언론 브리핑에서 “다양한 미디어의 백악관 취재를 위해 스카이프 좌석 4개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 좌석들이 “워싱턴에서 50마일(약 80㎞) 이상 떨어진 곳에 있는 기자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 전역의 여러 언론인이 보다 쉽게 (백악관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선 기간은 물론 취임식 이후에도 연일 언론과 갈등을 빚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성 언론을 견제하려는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날 첫 공식 언론 브리핑을 가진 스파이서 대변인은 이전 정권들과는 다소 다른 행보를 보였다. 백악관 기자실은 전통적으로 오프닝 브리핑에서 미 언론들의 공평한 기회를 위해 여러 방송, 신문 등에 뉴스를 제공하는 AP통신의 첫 질문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날 스파이서 대변인은 뉴욕포스트 기자의 질문부터 받았으며, 이전 정부들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워싱턴에 상주하지 않는 매체들로부터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한편 스파이서 대변인은 전날 “이번이 역사상 최대 취임식 인파였다”고 주장해 거짓 브리핑 논란을 빚었던 것에 대해서도 해명에 나섰다. 그는 전날 자신이 받은 지하철 이용자 수 관련 정보는 잘못됐다고 인정하면서도 트럼프의 취임식 인파와 관련한 논란에선 물러서지 않았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참석자 수, 태블릿, 휴대전화, TV 시청자 등을 모두 포함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가장 많은 사람이 지켜봤다는 주장은 사실”이라고 고집하면서 “때때로 사실에 대한 우리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의도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언론에 대한 불만을 다시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흉상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치워졌다는 오보에 대해 언급하면서 “미국 대통령에 대한 사과는 어디 있었느냐?”며 “우리가 옳을 땐 옳다고 말하고 잘못됐을 땐 잘못됐다고 말하라. 그러나 항상 잘못되고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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