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5일 유일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5개 경제부처 업무보고에 앞서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경제 현안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與野없이 “재벌개혁” 명분
反시장적 입법 시동 나서

‘자사주 의결권 부활 제한’
지배구조 개편 걸림돌될수도

“적대적 인수·합병에 무방비
자본시장 대혼란 초래 우려”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재벌 개혁’을 명분으로 본격적인 반(反)시장적인 입법에 시동을 걸면서, 기업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재계가 경영 효율성 제고와 함께 ‘투명성 강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추진 중인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야권이 ‘기업을 인적분할해도 자사주의 의결권을 되살릴 수 없게 하는’ 등의 초강력 법안을 속속 발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현실화하면 기업으로선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전환이 사실상 가로막히게 된다.

5일 재계 및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인적분할을 하면 자사주의 의결권 부활을 막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공정거래법)을 지난해 12월 29일 발의했다. 같은 당 제윤경(정무위) 의원도 지난해 11월 23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인적분할을 하면 자사주를 아예 소각하게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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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의원은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을 부활하게 하면 대주주의 지배권만 강화케 할 뿐, 소액주주의 권한을 축소해 피해를 보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법안이 현실화하면 삼성, 현대·기아차, 롯데그룹 등 지배구조 개편을 당면과제로 안고 있는 재계와 자본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온다는 점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외와 달리‘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대주주가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인수) 등과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가 전혀 없는 국내에서, 유일한 방어 수단인 ‘자사주 의결권 부활 제도’조차 없애 버리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맨몸으로 노출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제도 보완 없이 무턱대고 대주주의 손발만 묶어 놓으면 앞으로 국내 산업계 및 자본시장에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0년 전 외환위기 여파로 적대적 M&A를 막을 만한 경영권 방어 장치가 다 해제되고, ‘자사주 의결권 부활’이 유일한 수비 수단으로 남아 있다”면서 “이것까지 없애면 앞으로 해외 투기자본에 전면 노출될 것이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한 지주회사로의 개편 작업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기업을 인적분할해도 자사주의 의결권을 되살릴 수 없으면 자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