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주주 보호’ 취지 불구
외국자본이 독점할 가능성
“국제적 추세에도 부합안해”

기업 규제 강화 차원에서 정치권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의 대표 격이다. 소수 주주 재산권 보호를 내세워 대기업 오너의 ‘전횡’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외국 투기자본 편들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많다.

5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등이 발의했으며 야권은 당론으로 이를 관철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들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감사위원 선출 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3%로 제한) △집중투표제(모든 주주에게 ‘선출 이사 수×보유 주식 수’만큼의 의결권을 부여해 특정 후보에게 찬성 또는 반대표 제기) △다중대표소송제(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저지른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손배소 청구) △전자투표제(주총에 가지 않아도 전자투표로 의결권 행사) 도입 의무화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개정안은 얼핏 소수 주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법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 취지와 달리 소수 주주가 아닌 외국계 투기자본의 이익만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 상태에서 외국계 투기자본들이 연합하면 감사의원 전부를 자신들이 원하는 이들로 선임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까지 활용하면 전체 이사의 과반에 해당하는 사외이사 자리까지도 외국계 투기자본이 상당 부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소수 주주가 지분을 모아 단일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소수 주주 수를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지며 설사 어렵사리 의결권을 모은다 해도 외국계 투기자본을 상대하기 힘들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제도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국가는 칠레, 러시아, 멕시코 등 3개국에 불과하다”며 “과거 미국의 일부 주와 일본에서 의무화한 적은 있지만, 투기자본에 의한 공격과 주주 간 경영권 분쟁으로 현재는 기업 자율로 바뀐 상태”라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