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발 ‘유럽연합(EU) 분열’이 현실화됐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영국의 국민투표가 실시된 결과 투표자 과반수가 ‘탈퇴(Leave)’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남으로써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정치적 위기를 맞는 등 영국 내 여파뿐만 아니라 유럽 내 EU 분열 조짐 가속화 및 글로벌 금융시장 패닉 등 막대한 후폭풍이 불고 있다.

24일 BBC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브렉시트 국민투표 최종 개표 결과는 탈퇴 51.9％, 잔류 48.1％로 각각 집계됐다. 약 4800만 명의 유권자 가운데 약 72%라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국민투표의 결과에 따라 영국 정부는 캐머런 총리의 약속대로 EU와 탈퇴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써 영국은 지난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3년 만에 EU를 탈퇴하게 될 전망이다. 세계 5위 경제 대국인 영국이 EU 탈퇴를 선택하면서 국제 정치·경제 지형에 대격변이 예상된다.

우선 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따른 ‘이탈 도미노’ 우려와 함께 EU는 그 위상과 국제사회 지형 변화라는 큰 위기를 맞게 됐다. EU 회원국 중 경제 규모와 분담금 비율 2위인 영국은 독일, 프랑스 등과 함께 EU를 받쳐온 삼각축이다. 따라서 EU의 핵심 멤버라 할 수 있는 영국이 이탈을 결정하면 그간 EU 이탈 여론이 제기됐던 그리스, 프랑스, 체코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영국 현지 언론들은 영국 연방에서 스코틀랜드가 독립 재추진에 시동을 걸고 이는 북아일랜드나 웨일스의 독립 움직임으로 이어져 연방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경제적 여파는 이보다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개표 중반 탈퇴 득표율이 잔류 득표율을 약 3% 이상 앞서면서 브렉시트가 가시화되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일찌감치 패닉 현상이 일었다. 이날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이후 31년래 최저로 떨어졌고, 안전자산인 엔화가치가 폭등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EU를 비롯한 각국은 브렉시트 상황에 대비한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또 영국 국내적으로는 EU와의 재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로 경제에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어떤 협정이 되더라도 2년 내 일자리 50만 개가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이 3.6% 위축될 것이라고 영국 정부는 추정했다. 또 연쇄적으로 EU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세계 경제도 후폭풍의 사정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희 기자 vink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