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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英국민투표 이후 파장

佛극우정당 “우리도 나가자”
伊오성운동 “유로존 대안을”
덴마크·체코 등 탈퇴 목소리

“투표 자체가 EU통합 악영향”
난민·경제 문제 불만 고조속
反EU 정서 확산 계기될수도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가 전 유럽의 반 EU 정서를 부추기는 기폭제가 되면서 EU의 원심력이 강해지고 있다.

EU 체제에 ‘남을 것’이냐, ‘떠날 것’이냐는 영국의 논쟁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돼 각국의 극우 정치세력은 EU 탈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여론도 EU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1993년 출범한 EU의 동력이 급속히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과 함께 서유럽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을 중심으로 EU 탈퇴, 이른바 ‘프렉시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22일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앞두고 “나라면 브렉시트에 투표할 것”이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EU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그녀는 유로화 사용과 EU 내 자유통행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을 비판하며 “프랑스는 영국보다 EU를 떠날 이유가 천 개는 더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전선은 영향력이 크지 않은 정당이었으나 지난해 11월 파리 연쇄 테러가 발생한 뒤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선전했다. 르펜 대표도 최근 여론 조사에서 대선 결선 투표까지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브렉시트발 프렉시트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로마와 토리노 시장을 배출한 신생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M5S) 진영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공동체) 탈퇴를 위한 국민투표 필요성을 주장했다. 오성운동 진영의 유력한 차기 지도자인 루이지 디 마이오 하원 부대표는 22일 토크쇼에 출연해 “오늘날 존재하는 유로존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며 “제2의 유로존이나 대체 통화와 같은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지난 2009년 ‘깨끗한 정치’를 기치로 내걸고 창설한 정당인 오성운동은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이번 지방 선거에서 선전하며 2018년 총선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외신들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EU회원국이면서도 유로존에 편입되지 않은 채 EU에 회의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있는 덴마크의 덴시트(덴마크의 EU 탈퇴)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민족주의 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는 체코에서도 첵시트(체코의 EU 탈퇴) 논의가 활발하다.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앞서 “영국이 EU를 떠날 경우 체코에서도 수년 뒤 EU를 떠나는 문제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의회에서 유로존 탈퇴 청원이 제기된 핀란드도 ‘반(反) EU’ 여론이 강하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브렉시트 국민투표 자체가 EU 통합에 해로운 선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미국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EU 10개 회원국 1만49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70%가 브렉시트가 EU에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EU에 대한 호감도도 크게 낮아져 EU를 호의적으로 바라본다는 응답자는 10개국 평균 51%였고, 비호감이라는 응답자는 47%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반 EU 정서가 확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난민 문제와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이다. 같은 조사에서 10개국 모두에서 EU의 난민 대응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는 응답자가 60%를 넘었고, 경제 정책에서도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반감이 컸다. 퓨리서치센터는 “EU 이미지와 위상이 최근 몇 년간 EU 전역에서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