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고민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유일호(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정건전화특별법’ 배경

‘누리과정’ 등 각종 예산 점검
방만한 사회보험 운영도 개선
SOC재정 빈자리 民資로 보완

‘일본형이냐, 스웨덴형이냐?’

정부가 2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중장기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한 전방위적인 재정 개혁에 나서기로 한 것은 한국 경제가 재정 개혁에 성공한 스웨덴 사례를 좇아갈 것인지, 세계 최고 수준의 채무로 뒤덮인 일본 사례를 따라갈 것인지 기로(岐路)에 서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인구구조의 변화, 혁신의 한계, 양극화 등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3대 파고(波高)’에 직면해 있다”며 “사상 최초로 장기 재정 전망을 한 결과, 국가 재정의 미래도 결코 밝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말은 점잖지만, 이런 식으로 가면 나라의 곳간이 거덜난다는 경고다.

정부가 이번에 ‘재정건전화특별법’(가칭)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재정건전화특별법에 중앙정부의 채무 한도를 설정하는 ‘채무 준칙’을 만들게 되면, 재정을 더 쓰고 싶어도 지출을 늘리는 게 불가능해진다. 예컨대 ‘중앙정부 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36%를 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경기가 나빠져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앙정부 채무가 이미 GDP의 35.7%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재정 못지않게 신경 쓰는 게 사회 보험이다. 국민연금 등은 그나마 5년 주기로 재정 전망을 하지만, 일부 사회보험의 경우 재정 전망조차 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사회 보험은 국가가 직접 관리하지는 않지만, 재정 파탄을 맞게 되면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 된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사회보험은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지속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일부 시·도 교육청이 지난해에도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온갖 문제가 발생한 것은 국가 재정의 ‘빈틈’을 노려 나랏돈을 빼먹으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재정 당국은 보고 있다. 사실 시·도 교육청뿐만 아니라 보조금 등 다른 많은 분야에서 ‘나랏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정부가 이번에 100억 원 이상 비 보조사업에 대해서도 사전 심사제도를 도입하고, 비효율·낭비 사업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와 재정 당국이 직접 현장 조사에 나서는 ‘집행 현장조사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새는 나랏돈’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2016∼2020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일자리·복지·문화·국방 분야의 투자는 늘리고, 사회간접자본(SOC)·산업·농림 분야는 지출을 효율화하기로 했다.

특히 SOC의 경우 재정의 빈자리를 민자 유치를 통해 보완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갈수록 급증하는 복지 등 경직성 경비 지출을 감당하는 게 불가능하고, ‘청년층 고용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 예산과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우리나라 재정이 세계 최고 수준의 부채 국가로 전락한 일본의 길을 답습할 것인지, 구조조정과 연금·재정 개혁 등을 통해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3.9%에 불과한 스웨덴의 길을 따라갈 것인지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해동·박수진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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