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 반응
“부녀가 日에 면죄부 줘”
이종걸 원내대표 비판
여권내서도 우려 목소리

한·일 간 위안부 협상 타결 하루 만인 29일 야당은 ‘2차 한·일굴욕협정’, ‘매국적 협상’ 등의 표현을 동원해 협상 결과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식적으로 ‘환영’ 입장을 내놓은 여당 내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더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일야방성대곡을 써야 하는 심정”이라며 “50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구권 자금 3억 달러에 도장 찍은 ‘제1차 한·일 굴욕협정’(1965년)에 이은 제2차 한·일 굴욕협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은 아직도 가족력에 있어서나 자신에게 있어서나 어두운 식민지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분”이라며 “부녀가 대를 이어 일본 국가에 두 차례나 식민지 지배와 반인도적 가해행위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이번 합의는 법적 책임,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 국민적 동의, 그 어느 것도 얻지 못한 3무(無) 합의”라며 “우리 당은 국회에서 관련 상임위를 열어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더민주당 간사인 심재권 의원도 “굴욕적이고 매국적인 협상”이라고 규탄한 뒤 “박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를 비롯해 국민 앞에 공식 사과하고 윤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위로금이 아니라 법적 책임 인정과 진정성 있는 사죄를 받는 것”이라며 “박근혜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이런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원과 국민들의 염원을 송두리째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전날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진전된 합의를 환영한다”(이장우 대변인)는 공식 논평을 냈던 새누리당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통화에서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해결이 안 됐다고 하면 해결이 안 된 것”이라며 “당사자들이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두고두고 정부의 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병기·손우성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