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합의 내용
3개 항목중 1개만 공통… 日 법적책임 명시 안돼

② 발표 주체
소녀상·국제 비난 자제… 왜 한국 장관이 말하나

③ 발표 형식
공동문·사인 없는 합의… 양국 제각각 따로 발표

④ 여론 수렴
피해자 공감없이 일방 추진… 외교부 나눔의집 뒷북 방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 정부의 ‘12·28 합의’가 기존에 논의됐던 안보다는 진일보했지만 내용·행위 주체·발표 형식·여론수렴 절차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년간 한·일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시키면서까지 협상해 왔다는 점에 비춰 결과는 상당히 부족하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의 페이스에 말린 탓으로 지적된다.

- 합의 내용

양국 외교장관이 밝힌 6개 항목 중 ‘불가역적’, ‘상호비난 자제’라는 대목만 공통적이고 대부분 일본 주장이 관철됐다는 평가가 많다. 박근혜정부는 취임 후 지난 3년간 일본과 위안부 문제 협의를 위해 지난한 과정을 거쳐왔다. 이번 합의는 대체로 지난 2012년 3월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제시한 사사에 안보다는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개인 자격이 아니라 내각 총리대신 자격으로 사과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본의 법적 책임이 명시되지 않으면서 또 다른 문제가 많이 남았다. 한국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위안부 문제도 함께 해결됐다는 일본 측의 주장을 들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뿐 아니라 유엔 등 국제사회가 함께 요구한 추모비·진상규명·사죄·관계자에 대한 법적인 처벌 등 7가지 기준을 일본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너무 시급한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대목과 사죄·반성 항목을 분리한 것도 꼼수로 지적된다. 최종적 해결, 소녀상 이전, 상호 비난 자제 등은 모두 일본이 강력하게 희망한 내용들이다.

- 행위 주체

일본이 요구했던 소녀상 이전문제, 국제사회 비난 자제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언급한 대목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외교부는 “소녀상 이전을 약속한 것은 없다”는 설명이지만, 이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소녀상이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벌써 논란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배상은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원상태로 돌리는 것을 의미하기에 진상규명과 관련자 책임을 묻는 조치, 그리고 진정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면서 “게다가 역사적 교훈을 주는 소녀상까지 거론했다”고 비판했다. 전체적으로 한국이 너무 많은 양보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열수 성신여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협상은 잘된 측면이 분명 있으나 아쉬운 점도 있어 51대49 정도로 볼 수 있다”면서 “그런데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일반 협상이 아닌 가해자와 피해자 간 회담이 51대49라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발표형식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공동발표문 없이 장관이 따로따로 각자 입장을 발표한 것도 외교상 이례적이다. 일본이 법적 책임을 피해갔듯 문서에 장관 이름으로 사인을 남길 경우 합의의 법적 구속력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역시 일본이 원하는 대로 관철됐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구두로 발표하는 것과 서명이 찍힌 공식문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다. 향후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합의를 위반했을 경우 별다른 제재 수단도 없다는 한계가 지적되는 이유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타결이라고 명시한 대목의 문제점과도 연결된다. 국제법 위반에 대한 명확한 명시와 피해자들의 동의도 없이 최종적 해결을 타결지으면서 향후 국제적으로 문제 제기가 있어도 일본에 책임을 요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최종 타결이라고 규정하면서 나중에 새 문제가 쟁점화될 경우 난감해질 수 있다”면서 “또 일본 정부가 예산을 들이기 때문에 일본을 상대로 한 피해자 개개인 소송에서 일본 법원이 추가 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리지 않을 것이고, 미국 연방법원 집단소송 결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설명했다.

- 여론수렴

국내 여론을 수렴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부족한 상태로 성급히 회담을 종결시킨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29일 오후 뒤늦게 외교부 임성남 1차관과 조태열 2차관이 각각 쉼터와 나눔의 집을 찾아 할머니들을 만나 정부의 합의안을 설명키로 했다. 공감대와 사전 설득은 제쳐놓고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이다.

유현진·김다영·박효목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