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경제활성화법 조속처리를 30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월드피스자유연합과 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 소속 회원들이 경제활성화법과 4대 개혁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집권 여당 ‘뒤늦은 반성’
손놓고 있다가 졸속 추진
지도부 책임론까지 대두

정치 논리에 경제적 효과가 누더기처럼 훼손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쏟아지고 있다.

여권 내부에선 새누리당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도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손 놓고 있다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체면을 위해 졸속으로 국회 통과를 추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일 여권에 따르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0일 한·중 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되는 즈음 국회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앞으로 FTA 하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FTA를 할 때마다 이렇게 재정을 축내는 짓을 하는데 이러다가 대한민국 재정이 큰일 날 것 같다”며 “차라리 FTA를 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는 대가로 여·야·정이 농어촌 지원을 위해 기업들로부터 10년간 1조 원의 농어업 상생기금을 기부금으로 걷고, 농어민이 입는 각종 피해를 정부가 재정 부담을 통해 상당액을 보전해야 하는 결과가 도출된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한 원내 지도부도 “야당이 한·중 FTA를 못하겠다고 버티고, 우리는 필사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야당에 많은 것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새누리당 정책위 관계자도 “FTA 하다가 나라가 거덜 나겠다. 농어촌에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 기업과 정부가 농어민의 부담을 무한대로 떠안는 FTA는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반응했다. 새누리당 내에선 정부와 청와대도 졸속 협상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는 지난 6월 4일 정부가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한 뒤 두 달 만에 겨우 상임위 상정만 마치고 170일을 허송세월하다가 막판 10일간 다른 법안을 끼워 넣는 졸속 협상 끝에 30일 가까스로 비준동의안 처리에 합의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중 FTA는 국회 상정에서부터 비준동의안 처리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적 체면을 위해 서둘러 추진된 것”이라며 “최근에야 청와대와 정부가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김만용·박세희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