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법정 심사 기일을 넘겨 법외 심의에 돌입한 가운데 여야가 막판 예산 나눠 먹기식 ‘빅딜’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예산안 처리 시점을 하루 앞둔 1일까지 여야는 쟁점 예산을 볼모로 잡고 상대의 양보만 촉구하고 있어 서로 관계없는 법안을 1대1로 교환했던 법안 연계 처리와 흡사한 방식으로 예산안 연계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부예산안 중 삭감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새마을운동 국제화 사업, 대구·경북(TK)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나라사랑 교육 예산 등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분명히 해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예산과 함께 광주·전남 지역이 혜택을 보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관련 예산을 쥐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국 막판에 여야가 어느 정도 양보해 타협점을 찾아내지 않겠느냐”며 “쟁점이 서너 개로 좁혀진 만큼 한두 개씩 양보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야는 막판 예산 나눠 먹기에 앞서 ‘엄포성 공방’도 이어갔다. 새누리당 예결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정 기한 내 심의를 마치고자 했지만 새정치연합이 특정 지역 SOC 예산, 새마을운동 예산 등을 정치쟁점화하며 볼모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예결위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누리과정 예산 반영 요구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무상보육 공약을 지키라는 것”이라며 “호남 지역 SOC 예산은 1000억 원도 증액이 불가하다 하면서 TK 지역은 증액만 6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가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심의를 30일까지 마치지 못함에 따라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일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여야는 법적 심사 기간은 종료됐지만 본회의가 예정된 2일까지 물밑 협상을 통해 수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