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농가 피해 지원을 위해 1조 원 규모의 농어업 상생기금을 마련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경제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목적의 정당성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에서부터 경제계의 의견을 한 번도 묻지 않고 결정한 것에 대해 “거부하고 싶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30일 FTA 민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등 경제 5단체장 명의로 발표됐던 ‘한·중 FTA 여야정 협의체 합의 환영 및 비준 촉구’ 성명서 내용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당시 경제단체들은 성명서에서 여야정 협의체가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기업들은 “회원사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성명서”라며 “결국 일부 대기업에 돈을 내라는 압력이 가해질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기업 경영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준조세 성격의 기부금만 늘어나고 있다”며 “심정적으로는 거부운동을 펼치고 싶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FTA 민간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았다”며 “대기업 회원사들이 많은 전경련 같은 경우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지만, 야당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현실성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 연구위원은 “말도 안 되는 정치권의 ‘생떼 포퓰리즘’에 의해 한·중 FTA가 뒤죽박죽돼 버렸다”며 “현재 국회에서는 이번 사태가 해결되기 어렵고 다음 국회에서 농어촌 상생기금과 같은 조항들은 반드시 손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업이 이런 식으로 제조업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며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는 양허 대상에서 빠지고 농업분야만 보호받는 꼴이 됐는데, 이는 결국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