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시작이 반’ 1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새누리당과 고용노동부 당정협의에서 원유철(왼쪽 두 번째) 원내대표와 이기권(〃 세 번째) 장관이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오른쪽은 이인제 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장. 김선규 기자 ufokim@

‘勞·使 협의거쳐야’모호 문구
지침 마련돼도 소송봇물 우려

근로기준·기간제법 등 5개법
黨政,16일 의원입법 발의키로

勞·使·政 모두 한발씩 양보
대타협 기반 마련은 큰의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13일 노동시장개혁 방안에 대해 전격 합의한 것은 노사정 대타협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부가 청년 실업 등의 해결을 위해서 단독 입법이라도 하겠다며 원칙을 고수하고, 노동계는 내부 강경파의 극렬한 반대에도 타협을 위해 양보를 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노사정 간 핵심 쟁점이었던 ‘일반해고 요건 완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등에서 법제화를 추진하는 데 합의하면서도 ‘노사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붙임으로써 미완(未完)의 합의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입법 추진 과정에서 노동계의 반발이 불거지면 노사정 대타협의 실제 효과가 미미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한국노총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에 대해 “잠정 합의한 것일 뿐이지 대타협은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이 14일 오후 열리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번 합의안을 통과시키더라도 핵심 쟁점에 대한 노사정 논의 과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이번 합의에 대해 “또다시 노동계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미봉책”이라며 “정부의 행정지침 마련도 노동계의 반대로 인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영계는 2개 핵심쟁점에서 노사 합의를 단서로 전제한 탓에 향후 노동계가 다시금 대화를 거부하고 파업 등에 나설 여지를 줬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행정지침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노동계의 반발로 노사 간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사정위 측은 노사정이 한 발씩 양보해서 타협을 이뤄낸 만큼 이번 합의안을 바탕으로 노동개혁의 진전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애초 2대 쟁점을 논의 의제에서 삭제하지 않으면 합의가 불가하다고 주장한 한국노총이 입장을 바꾼 것은 의미가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 주효했다”며 “반드시 합의를 이루겠다는 정신으로 향후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을 당론으로 정해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발의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정부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정회의를 열어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간제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16일 의원입법으로 발의하기로 합의했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노사정 대타협의) 핵심 쟁점이었던 임금피크제와 취업규칙 변경은 장년층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청년 일자리를 열어주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인 만큼 신속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노동개혁은 정쟁이나 흥정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영주·박정민·민병기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