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폭발 현장 지난 4일 발생한 ‘북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사건’을 조사한 안영호(육군 준장·오른쪽 두 번째) 현장조사단장이 9일 지뢰폭발 현장에서 취재진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소통문 25~40㎝ 지점에 설치
잔해 녹슨흔적 없고 송진냄새
北지뢰 일치… 최근 매설된듯

소규모 부대 특수전 기획
보여주기식 충성경쟁 일환
南南갈등 - 국론 분열 유발
우리軍 작전 위축 노린 듯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북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사건’이 북한군의 의도적 매설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확실시되면서 이번 사건을 일으킨 북측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번 DMZ 지뢰 도발은 여러모로 5년 전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지상판 천안함 도발’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군의 합동 현장조사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DMZ에서 수색작전을 벌이던 대원 2명이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매설한 게 확실시되는 목함지뢰를 밟아 중상을 입은 사건’으로 요약된다. 북에 의한 ‘의도적 도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합동조사팀은 그 근거로 △최근까지 수색 및 매복작전 병력이 DMZ 내 전방감시초소(GP)와 GP를 연결하는 추진철책 소(小)통문을 통해서 이동했지만 별 이상이 없었고 △수색작전 병력이 이동했던 7월 22일에도 정상적으로 작전이 이뤄졌으며 △폭발지점이 소통문 전·후방이라는 점 등을 꼽았다. 합동조사팀은 이를 근거로 ‘지뢰는 북한군이 아군을 위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매설한 것이 확실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렇다면 북한군의 도발 ‘의도’는 무엇일까. 안보 전문가들은 우선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남측의 안보 태세를 떠보는 차원일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또 이를 통해 남·남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지뢰 도발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각 정파의 노선과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과 주장을 내놓게 만듦으로써 내부 갈등과 국론 분열을 불러일으키려는 저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군 일선 부대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보여주기식’ 충성경쟁이라는 성격도 갖고 있다. 48년 만의 지뢰 도발로 군 작전의 위축을 노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규모 정규전에 부담을 느낀 북한이 여러 형태의 도발이나 특수전을 중심으로 하는 ‘제4세대 전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DMZ 지뢰 도발은 사건의 규모를 제외한다면 여러모로 천안함 폭침 도발과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안함 폭침은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PCC-772 천안함이 북에 의해 피격되어 침몰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했고 6명이 실종됐다. 정부는 천안함의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해 다국적 전문가로 이뤄진 합동조사단을 구성했고 조사단은 그해 5월 20일 천안함이 북한군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 발표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외에도 다수 비동맹국의 지지를 얻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안건으로 회부됐고, 안보리는 ‘북한의 공격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하지만 당시 북한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특대형 모략극’이라며 비난했고, 남쪽에서는 종북 좌파와 일부 진보진영 인사 및 단체가 “정부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극명한 남·남 갈등이 일어났다.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건을 통해 소규모 특수전 부대로 대형 수상함을 격침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지뢰도발사건도 북한이 항상 비대칭전과 정규전을 배합하는 새로운 전쟁을 기획하고 있으며 이것이 남쪽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4일 북한군에 의한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사건’이 발생한 현장. 원 안은 DMZ 안의 전방감시초소(GP)들을 잇는 추진철책 소통문의 북 도발 지점. 합동참모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