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 걸린 동료 지혈하며 “내가 경계할테니 후송을”
부상 전우 후송하는 상황서 포복자세로 적 공격 대비도

지난 4일 발생한 ‘북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사건’ 당시 우리 군 DMZ 수색대대 장병들은 긴박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용감하게 전우애를 발휘했고 이 같은 모습이 고스란히 군 감시장비에 담겼다.

사고 당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수색대원들은 전우 2명이 잇달아 쓰러진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후송작전을 펼쳤다. 후송을 하면서도 엎드려 자세로 북한군 공격에 대비하는 장면도 또렷하게 나타났다. 군은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의 TOD 동영상을 현장을 방문한 언론에 공개했다. 군에 따르면 부사관 2명이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를 밟아 폭발한 직후부터 수색분대장 정모 중사와 수색대대 박모 주임원사가 사고 현장을 지휘했다. 당시 현장에는 8명이 있었다.

수색대대 최고선임인 박 원사는 이번 수색작전에 동반했다. 지난 4일 오전 7시 35분, 추진철책 통문을 열고 두 번째로 진입한 하모 하사가 목함지뢰를 밟아 폭발이 일어나자 정 중사가 주저 없이 통문 북쪽으로 뛰어들었다. 1사단 수색대대에 7년째 근무한 정 중사는 그간 410여 회 수색작전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다. 그는 폭발 충격으로 상체가 추진철책 철조망에 걸린 하 하사를 지혈하면서 “내가 경계할 테니 빨리 후송하라”며 전우들을 다그쳤다. 정 중사는 올해부터 전방 일반전초(GOP) 사단에 보급된 응급처치키트를 열어 지혈했다. 통문 남쪽에 있던 의무병 박모 상병이 오른발은 통문 북쪽에, 왼발은 통문 남쪽에 두고 서서 응급지혈을 마치고 정 중사가 부축해 나오는 하 하사를 맞았다. 이때 통문 남쪽에 있던 박 원사가 통문으로 이동했고 3명이 힘을 모아 하 하사를 통문 남쪽으로 끌어냈다. 1사단 수색대대에서 병 생활부터 25년째 근무한 박 원사는 DMZ 작전에 700여 회 이상 참여했다. 그러나 박 원사와 의무병이 좌우 측에서 하 하사 상체를 부축하고 뒤쪽에서 하체를 손으로 받쳐 나오던 김모 하사가 또 지뢰를 밟았다. 폭발 충격으로 3명 모두 쓰러지면서 잠시 정신을 잃었다. 적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장병은 모두 포복 자세를 취했다. 다치지 않은 장병은 포복 자세로 통문 남쪽 경사진 둔덕으로 이동해 휴대한 총기를 북쪽으로 겨냥했다. 이 과정에서 쓰러진 김 하사를 장병들이 낮은 자세로 끌고 나오는 장면이 TOD에 찍혔다. 다리가 절단된 김모 하사는 치료를 받은 뒤 깨어나자마자 “다른 사람은요. 다른 사람은 어떠냐”고 묻는 전우애를 보였다. 인근 GP에서 출발한 병력 6명이 들것을 들고 도착했고 1분 후 4명이 추가로 들것을 가지고 도착해 후송작전이 시작됐다. 사고를 조사한 안영호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 부단장(육군 준장)은 “단 한 명의 수색대원도 숨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전우의 구출과 전투 대형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