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관련 질문에는 함구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0일 자신의 퇴로를 열어준다는 차원에서 김무성 대표가 국회법 개정안 상정에 동의했지만 국회 현안 등을 챙기며 ‘마이 웨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출직인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제할 어떠한 절차적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는 일단 직무를 정상적으로 처리하며 사태를 지켜보겠다는 셈법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민생법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등 현안을 점검했다.

유 원내대표는 “내일 추경 관련 당정을 열어서 정부가 제출한 추경 예산안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에 국회가 추경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다”거나 “6월 국회가 종료되기 전에 각 상임위 간사들은 법안을 최대한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 원내대표는 옆자리에 앉은 원유철 정책위의장, 이군현 사무총장과 대화를 하며 간혹 미소를 짓는 등 평소처럼 담담한 모습이었다.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 사퇴론과 관련한 질문에는 함구했고, 현안에 대해서만 답했다.

전날 최고위에서 서청원·김태호·이인제·이정현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주문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들 말씀을 잘 들었고, 생각해 보겠다”고만 했다. 최고위원들의 주문과 별개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다.

유 원내대표는 그동안 청와대와 친박계의 사퇴 압박에 대해 당당히 맞서 왔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을 공무원연금과 연계 처리한 뒤 청와대가 반발하자 “공무원연금법을 처리해 상을 받을 줄 알았더니 벌을 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개혁 과제를 처리했고, 그 처리 과정에서 청와대가 주장하는 것처럼 독단적이 아니라 당과 청와대가 협의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 친박계가 일전을 불사하며 사퇴를 촉구할 때에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주장은 명분이 없는 것”이라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자신을 겨냥한 비판발언을 쏟아낸 뒤 의원총회를 열어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에 거취는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화종·윤정아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