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목·갈등에 개혁동력 잃고 경제법안 처리도 불발 가능성
새누리 “민생외면 비판 들어도 할말 없어…결국 국민만 피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여권이 자중지란에 빠지면서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그리스발 금융위기 가능성 고조 등 현안이 쌓여 있지만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대책을 협의하기 위한 당·정·청 회의조차 중단된 상태다. 특히 메르스 대응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하지만, 추경에 가장 중요한 ‘적시성(的時性)’이 지켜질지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0일 새누리당 등에 따르면 고위 당·정·청 회의는 한 달 반가량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15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유 원내대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모여 공무원연금 개혁 여야 합의안에 대해 논의한 것이 마지막 회의다. 공무원연금 개혁 다음 국정 과제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못한 것이다. 여권이 올해 들어 당·정·청 회의를 중심으로 국정 운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염불이 되고 있다.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 이후 현 상황에서는 당·정·청 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7월 1일 추경 당정협의를 열고 추경의 규모와 세부 항목을 조율키로 했지만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를 불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인정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정부와 여당이 순조롭게 협의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열린 당정협의에서는 새누리당이 세부 항목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결론이 나지 못했다.

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여권이 수차례 강조했던 국정의 ‘골든타임’을 여권 스스로 날려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적인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올해는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 개혁 등 구조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기로 여겨져 왔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반목이 계속되면 개혁을 추진할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국회에 남아 있는 경제활성화법 통과 역시 불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이 분열된 상황에서 야당을 설득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새누리당 의원은 “민생을 외면하고 정치 투쟁만 한다고 야당을 비판해 왔는데, 지금은 여권이 똑같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며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