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親김무성·유승민계
계파 탓 靑 오해 받을 소지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친박(친박근혜)계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사퇴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비박(비박근혜)계 재선 의원들이 연일 유 원내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서 주목된다.

19대 국회 들어 재선 의원들이 청와대에 반기를 들고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향후 이들 비박의 조직화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30일 여권에 따르면 새누리당 비박계 재선 의원 21명은 29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긴급 의견 조율을 통해 유 원내대표 사퇴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원내대표는 당헌에 따라 의총을 통해 선출됐고, 최근 당·청 갈등 해소에 대한 약속도 있었다”며 “이런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을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의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

이들 중 다수는 연일 공개회의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 원내대표 사퇴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당 주류인 친박계와 어긋나는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유승민 보위부대’는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김세연, 김영우, 김용태, 김학용, 나성린, 박민식, 박상은, 신성범, 안효대, 여상규, 이한성, 정문헌, 정미경, 정수성, 조해진, 한기호, 홍일표, 황영철 의원 등 20여 명이다. 대부분 18대 국회부터 당내에서 합리적 중도 성향을 보여 왔던 의원들로 꼽힌다. 이 중 김성태, 김세연, 박민식, 신성범, 황영철 의원 등은 18대 국회에서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을 이끌었다.

계파별로 본다면 이들의 성명은 청와대로부터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가 친김무성계와 친유승민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실제 강석호, 권성동, 김성태, 김영우, 김학용, 박민식, 박상은, 안효대 의원 등은 김무성 대표 체제 또는 2010년 김무성 원내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맡았거나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의 당선에 적극 나섰던 의원들이다. 김세연, 조해진 의원 등은 유 원내대표의 측근 그룹으로 꼽히고 있고, 김용태, 황영철 의원 등은 정책위 부의장을 맡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특정인과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소신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부당한 압력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동”이라고 말했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서 원내대표 경선이 치러지거나, 만에 하나 새로운 전당대회가 열리더라도 이들을 중심으로 비박 지도부를 만들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