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상징 빨간색으로 바꿨는데 劉 홀로 파란옷 입고 선거운동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해 사실상의 불신임 선언을 한 것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오래전부터 누적돼 온 그에 대한 인간적 서운함과 배신감이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이재만(총무)·정호성(부속실)·안봉근(국정홍보) 등 비서관 3인방으로 대표되는 ‘문고리 권력’과 유 원내대표 사이의 오래된 불신과 갈등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 이외의 ‘제3의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재확인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의 관계가 틀어진 시점이 지난 2011년 말부터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은 그 훨씬 전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어 박 대통령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특히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뒤부터 그런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특히 유 원내대표의 공개적인 비판이 이어지면서 박 대통령도 그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원내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됐다는 의미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자 유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엔 전혀 가치와 정체성이 담겨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당 상징색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꿨을 때에도 유 원내대표는 기존의 파란색 한나라당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에도 유 원내대표의 귀에 거슬리는 쓴소리는 이어졌다. 2월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 집권 2년간 정책과 인사, 소통 모두 국민 기대에 못 미쳤다”고 말했고, 원내대표 당선 뒤인 4월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 때에는 “공약가계부를 지킬 수 없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가 ‘문고리 권력’과 갈등을 빚은 것도 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2005년 초 박근혜 당시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처음 발탁됐을 때부터 ‘문고리 권력’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의원실 보좌진이었던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과 고 이춘상 전 보좌관 등 4인방을 데리고 별도 회의를 하는 모습을 지켜본 유 원내대표가 이에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당시부터 유 원내대표는 이들 측근이 박 대통령 주변에서 ‘인의 장막’을 치고 있다고 의심하게 됐고, 박근혜정부 출범 후에도 박 대통령 주변에 자신을 음해하는 세력이 있다고 생각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불신은 유 원내대표가 2014년 7월 박근혜정부의 ‘중국 경도론’ 논란과 관련해 외교부에 질의하면서 “이거 누가 합니까. 청와대 ‘얼라(어린이)’들이 하는 겁니까”라고 강하게 질책하는 것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오남석·김만용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