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버틸땐 다시 공세 전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거취에 대한 결단을 미룬 것에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일단 공세를 자제한 채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기존의 입장에는 한 치의 변화 조짐도 없다. 일각에선 오는 7월 7일 6월 임시국회 종료 후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침묵 모드’는 단지 유 원내대표 스스로 거취를 정리할 시간을 준 것일 뿐 언제든지 ‘공세 모드’로 전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유 원내대표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 “그에 대해 청와대는 침묵하겠다”며 “다른 사람에게 물어도 같은 답변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함구령이 내려졌다는 얘기다.

다른 관계자도 “당에서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뭘 보태고 할 게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전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등 유 원내대표 거취 논란을 매듭짓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간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와 비박계를 자극하거나 분란을 일으킬 만한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집단적인 당무 거부와 당직 사퇴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실력행사에 나섰던 새누리당 친박계도 잠정적으로 목소리를 낮추는 분위기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어제(29일) 최고위원들이 예외 없이 당과 국가를 위해 유 원내대표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느냐”며 “유 원내대표가 시간을 달라고 했으니 어떻게 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사퇴 시점이 거론되는 데서 알 수 있듯, 청와대와 친박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말 그대로 유 원내대표에게 거취 정리를 위한 말미를 준 것일 뿐이다.

친박계의 이정현 최고위원은 “어제(29일) 최고위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얘기를 충분히 나눴다”며 “유 원내대표도 이전의 당 지도부에 요구했던 것처럼 당과 나라를 위해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한을 넘기고도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로 일관할 경우 청와대와 친박계가 재차 공세에 나설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유 원내대표에게 결단을 요구했으니 결단을 할지 안 할지 지켜보는 것”이라며 “(결단을) 안 한다면 이대로 그냥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