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미원자력협정(일명 123협정) 타결과 관련해 양국 모두에게 ‘윈-윈’ 협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사용후핵연료의 농축 및 재처리를 일단 봉합해 비핵확산의 대원칙을 사수한 반면, 한국 역시 사용후핵연료 연구의 자율성 등을 보장받아 자존심을 지키게 됐다. 핵확산 우려가 없는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활용)의 기술성이 입증될 경우 장기적으로 사용후핵연료 농축 및 재활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이번 협정을 ‘독특하고 상호 호혜적인 협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CSIS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에서 “새로운 123 협정은 한·미 동맹의 수십 년간에 걸친 민간 원자력 협력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며 “양국의 미래 원자력 협력에 긍정적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 쟁점이었던 농축 및 재처리 허용문제에 대해서 차 석좌는 “당장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향후에 논의·요청을 할 수 있는 고위급 양자 운영 구조를 수립했다”며 “한국의 기술 주권에 대한 영구 포기 요구 없이 비핵확산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새 협정은 한국의 발전된 민간 원자력 기술을 인정하고, 고위급 논의 채널을 통한 에너지 협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이번 협정의 의미를 “미국 핵연료봉에 대한 한국의 농축 및 재처리 사전동의 불승인”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스나이더 연구원은 “앞으로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세계 최대의 원자력 발전 생산·제작자라는 독특한 위치를 점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영국 런던에 위치한 세계원자력협회가 발간하는 월드 뉴클리어 뉴스(WNN)는 ‘한국이 승리했다’는 제목으로 원자력 협정 타결 소식을 전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