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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협상팀 5명 불과
그나마 1∼2년마다 교체
“박노벽 혼자 협상다했다”

한·미 협의체 발족해도
제대로 작동할지 미지수

한미원자력협정이 22일 전격 타결됐지만, 협상 주체였던 외교부에 핵·원자력 전문가가 없다는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앞으로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농축·재활용 권한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가 부재는 협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필요한 핵 권리는 아직 문서로만 보장받았을 뿐이다. 실제로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전담부서, 전담조직이 없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한·미가 이번에 합의한 차관급 상설협의체인 고위급위원회가 발족되더라도 제대로 작동할지, 핵주권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한·미가 공동 연구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건식재활용) 등 복잡한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협상 전문가 발굴이 시급하다. 이번에 한국이 확보한 농축·재활용 권한은 미래형이라는 점에서 파이로프로세싱의 후반기 과정인 전해정련(사용후 핵연료에서 우라늄을 얻는 작업)과 전해제련(사용후 핵연료에서 우라늄·플루토늄을 회수하는 작업) 등을 추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한을 확보한 20% 저농축시설 건설 역시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 달려 있다. 이는 한국 원전업계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원천기술 개발·확보 및 원전 수출과도 직결된다.

황주호(원자력공학) 경희대 교수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최대 숙제는 한·미 간 원자력협력 문제를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카네기평화재단의 토비 달턴 핵정책 프로그램 국장도 “과거 한국 외교부는 원자력협상을 위해 항상 다른 부처에서 전문가를 빌려 왔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도 “이번 협상은 사실상 박노벽 원자력협력대사 혼자서 거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해 전문성의 한계를 토로했다. 영국·프랑스 등 선진 원자력 국가도 미국에서 원천기술을 빌려오는 과정에서 대규모 협상팀을 가동했다. 반면 외교부의 전담팀은 급하게 만든 태스크포스(TF)에 불과했다. 팀원 역시 심의관급 1명과 과장급 1명 등 5∼6명이었다. 그나마도 박 대사를 제외하고는 1∼2년마다 교체돼 4년 6개월에 걸친 협상 중 담당자는 수시로 바뀌었다. 전문가 양성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원자력협력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는 군축·비확산 전문가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외교부에서 군축·비확산 업무는 국제기구국의 1개 과가 담당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그동안 외교부가 배출한 군축·비확산 전문가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전문인력 부족은 향후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농축시설 확보 등을 위한 미국과의 협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농축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어내고 재활용과 관련한 한·미 공동연구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이의 제기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는 협상 전문가 확보가 필수다. 미국이 협상 막바지까지 의심했던 한국의 비확산 의지를 증명할 수 있는 논리 개발도 전문가의 몫이다. 당장 정례적으로 열리는 고위급위원회 산하에 구성되는 △핵안보 △사용후 핵연료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 증진 등 4개 실무그룹에 파견할 인력부터 태부족이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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