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절박한데 무슨 자존심”
‘강력한 페널티’로 단속
불만·탈퇴자 거의 없어

서울지역 유명 사립대를 졸업하고 학내 스터디모임에서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A(26) 씨는 며칠 전 스터디모임 팀장에게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

A 씨가 지각 등 모임 규칙을 세 차례나 어겼기 때문이다. 벌금제를 운영하는 일반 모임과 달리 A 씨가 속한 스터디모임은 내규 위반이 3회를 넘으면 하루 동안 휴대전화를 빼앗는 ‘강력한 페널티’를 적용하고 있다.

A 씨는 “스터디원 대부분이 한 차례 이상 시험에 낙방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면학 분위기를 흐리지 않기 위해 이 같은 규칙을 만들었다”며 “불편한 것보다 20대 중반의 성인으로서 개인 소지품을 뺏긴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처럼 강한 규칙에 불만을 갖는 스터디원은 아무도 없다”면서 “이렇게라도 해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느냐”고 한숨 쉬었다.

최근 계속되는 취업난에 휴대전화 압수나 체벌 등 강도 높은 페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면학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독한 취업 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일부 모임에선 ‘벽 보고 노래 부르기’와 같이 수치심을 느끼는 벌칙까지 적용하기도 한다.

실제 학내 취업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스터디모임에서 기업 공채를 준비하고 있는 강모(여·25) 씨는 얼마 전 모임을 관리하는 상담관으로부터 손바닥을 회초리로 맞았다.

상담관은 매 시간 회초리를 들고 모임에 들어와 과제를 제대로 해오지 않은 학생들의 손바닥을 때리는 체벌을 하고 있다.

강 씨는 “체벌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이가 없고 강한 수치심을 느꼈던 게 사실”이라면서 “10대 청소년도 아닌데 회초리를 맞으면서까지 스터디모임에 참여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강 씨는 그러나 “과제를 안 해오면 체벌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스터디모임을 그만둔 사람은 없다”면서 “당장 취업이 절박한데 그깟 자존심이 무슨 소용 있겠냐”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