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지명자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총리의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못 박고 나서면서 ‘책임총리’ 역할을 맡을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26일 오전 이 지명자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책임총리란 말이 법률용어는 아니지만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총리의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총리는 헌법에 따라 각 부 장관에 대한 제청권과 해임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이 지명자의 발언은 사실상 책임총리로서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당초 총리실 측은 청문회 전까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었지만 이날 출근길에서 이 지명자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했다. 50년 전에 찍은 본인의 엑스레이(X-ray) 사진을 보관하는 등 청문회 준비를 꼼꼼히 한다는 질문에 대해 이 지명자는 “당연한 것이며 (이번 청문회를 앞두고) 별도로 준비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로 살아가면서 중요한 부분이나 필요한 부분, 선거에 대비하는 부분은 항상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 지명자는 25일 첫 출근길부터 기자간담회를 자처하는 등 본인과 차남의 병역의혹에 대해 ‘공개 검증’ 의사를 밝히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차남이 ‘십자인대 완전파열’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에 대해 이 지명자는 “차남이 미국 유학 시절 축구 시합 중 오른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완전 파열돼 재건 수술을 받았지만 ‘정상 회복이 힘들다’는 병원의 진단과 함께 5급 판정을 받았다”며 “필요하다면 이번 주에 언론인과 의료인 그 어떤 전문가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어떠한 조치든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명자는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사이에 오간 개헌논의 및 후속 개각과 같은 예민한 질문에는 즉답을 미뤘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