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정국 현안이 있을 때마다 여권 내에서조차 당·정·청 불협화음이 반복될 정도로 소통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결국은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사학연금과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전반을 한꺼번에 손질하겠다고 발표하자 새누리당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미 하루 전 당정협의를 거쳤음에도 새누리당이 금시초문이라며 “공무원연금도 힘들게 하고 있는데 정부 뒤치다꺼리하다 골병들 지경”이라고 책임자 문책까지 거론하며 강도 높게 항의했다. 결국 정부가 검토를 백지화하면서 발표를 번복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해 예산 처리 과정에서 누리과정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나서 누리과정 예산 합의를 이끌었지만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합의한 바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는 당 대표 출신의 친박(친박근혜) 인사인 황 부총리와 친박 핵심인 김 원내수석부대표 간 갈등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당시 “친박 허세와 실세의 다툼”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놓고도 당정 갈등이 재연됐다. 정부가 당정협의에서 한·호주 FTA 비준을 “빨리 해달라”고 하자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당이 청와대 하청업체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주 의장은 “귀에 소리가 나는 이명은 자기 혼자 알고 남은 아무도 모른다. 정부가 이명증이 있는 것 같다”고 소통문제를 제기했다.

당·청 갈등도 심각하다. 지난해 말에는 실무선에서 전달된 청와대 신년인사회 참석 대상자 공문에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만 초청 대상에 포함되며 문제가 불거졌다.

이군현 사무총장, 김학용 대표비서실장 등 그간 신년인사회에 관례적으로 참석해 온 인사들이 대거 누락됐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빠진 인사 대부분이 김무성 대표의 측근이자 비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 출신이다. 이를 두고 김 대표는 “천지 분간을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12월 중순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2주년을 맞아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 인사들로 분류되는 3선 이상의 중진 의원 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파문이 일기도 했다.(문화일보 2014년 12월 30일자 1·6면 참조) 참석자들은 “대선 2주년을 기념해 덕담을 나누면서 밥을 먹는 자리였다”고 해명했지만 박 대통령이 친박과만 소통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내영(정치학) 고려대 교수는 2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정·청 갈등이 커지면 정권이 정책을 추진하기도 어렵고 결국은 대통령과 당 모두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만나서 소통하는 게 우선이고, 당과 청와대가 서로 오해를 푸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