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에 안정성 제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노·사·정이 대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과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에는 유연성을 강화하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노동시장에는 안정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구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적 강자인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의 ‘통 큰’ 양보가 바탕이 돼야 한다. 노동시장의 ‘갑’인 이들이 ‘양보’를 할 경우 기업도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좋은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연구원은 최근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질서 구축을 위한 노·사·정 협력방안을 제안했다.

여기에서 연구원은 주요 의제로 △임금, 근로시간 제도 개선 △청년, 여성, 고령자 일자리 창출 △생산성 제고와 공정한 배분의 연계 △원청과 하청관계의 합리적 개선을 포함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유연성·안정성 제고와 촘촘한 사회 안전망 구축을 내놨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선 업종별로 동일 노동에 대해 동일 임금 등 공정한 보상을 임금 협약의 틀에 묶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임금격차가 심각한 업종에 대해 업종별 협의체를 구성해 자율적으로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근로자 초임에서부터 지나치게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조정하는 방식 등도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양보가 필수 사항이다.

조준모(경제학) 성균관대 교수는 “정규직의 양보를 바탕으로 사 측도 하청업체와 협력업체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비정규직 채용을 자제하며, 근로시간 단축에 힘쓰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력은 정치권도 함께 발을 맞춰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근로자를 위한 강력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안전망 강화를 전제로 노동시장의 규제를 과감하게 털어버리는 사회정치적 결단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일 하르츠 노동개혁은 실업수당 등 기존의 사회보장 축소와 비정규직 활용 규제 완화 등을 파격적으로 결단했다. 이 같은 결단은 독일의 총리가 바뀐 후에도 차질없이 계속 추진된 만큼 우리 정치권도 당리당략을 떠나 통 큰 결단에 동참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