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등 엇박자 계속

‘정부 말 믿었다가 범법자 신세 전락한 꼴….’

대내외 경제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노동현안에 대한 입법·사법·행정부 간 불일치로 기업 경영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는 경제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 3부(府)가 기업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주요 기업 등에 따르면 각 정부 부처는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가이드라인이나 지침 등을 만들어 기업들에 따를 것을 강요하고 있지만 정작 사법부에서 부인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기업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입법부는 정부와 사법부 간의 틈을 좁히기 위한 법을 만드는 대신 오히려 반기업적 노동법안 등을 양산하고 있어 기업들이 점점 코너에 몰리고 있다는 하소연이 경제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실례로 최근 재계와 노동계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통상임금만 보더라도 3부의 엇박자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국회가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을 만들지 않은 가운데 1988년 정부는 통상임금 산정지침에 따라 ‘1개월을 넘어 지급되는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이 아니다’고 명시한 바 있다. 이후 이 같은 지침이 준수돼 왔으나 2012년 3월 금아리무진 소송에서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산업현장에 혼란이 야기됐다.

이에 따라 산정지침에 의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고 연장근로자 수당을 지급한 기업이 임금을 체불한 범법자로 전락한 셈이 됐다고 전경련 측은 밝혔다.

이후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고 ‘고정적·일률적·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수당만 통상임금’이라고 정리했지만 지난 10월엔 부산지법이 르노삼성 판결에서 재직 근로자에만 지급돼 고정성이 결여된 상여금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재차 혼란이 반복됐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에 관한 법률, 근로시간 단축 등 다른 노동 현안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가 수십 년간 기업에 제시한 행정해석·지침과 무관하게 모든 판단 기준이 법원에 의해 다시 내려지고 있는 데다 국회는 정부 지침, 법원 판결과는 또 다른 입법안을 추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정부·국회·법원이 엇박자를 내는, 명확한 원칙이 없는 사회에서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은 커지고,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